대외(對外) 협상에 중심을 두어왔던 정부의 쌀 관세화(수입 자유화) 유예 협상이 정치권과 농민 설득 등 국내 협상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전망이다.5월부터 시작된 중국, 미국 등과의 협상에서 ‘유예기간 10년-의무수입물량(TRQ) 8%’라는 큰 윤곽이 마무리돼 TRQ의 국가별 배분 등 미세조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대외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정부의 ‘10년-8%’ 협상 결과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과 농민단체에 대한 설득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농촌지역 출신 여야 의원들이 ‘쌀협상 전면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가, 일부 농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이 달 10일을 전후로 공청회를 열어 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농림부 주요 간부들이 정치권과 농민단체 관계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부 협상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농림부는 특히 ‘올 연말까지는 쌀 협상을 종료해야 하며, 관세화 유예에도 불구하고 수입 쌀의 소비자 시판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중점 설명할 계획이다.
농민단체 등 재협상론자들은 올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협상 종료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웅두 정책위원장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는 2004년까지 이해 당사국끼리 재협상을 한다고만 돼 있을 뿐 협상 결렬 때의 처리 규정은 없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협정문을 불리하게 해석하고 저자세로 협상에 임해 현재의 난국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협상 결렬 때의 처리규정이 없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보수적으로 협정문을 해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쌀 협상을 무산시키고 상대국이 WTO에 제소할 경우 ‘버티기’ 작전을 펼치면 시장 개방을 2~3년 미룰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WTO가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승인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농림부는 또 내년부터 수입 쌀의 소비자 시판이 허용된 것에 대해서도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수입 물량의 소비자 시판 금지는 원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며, 의무수입물량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일부 물량의 시판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입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마진을 붙여 수입 쌀의 소비자 시판이 이뤄지더라도 국내산보다 싼 가격에는 팔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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