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납세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국세청은 각성하라.’2일 정오 서울 종로 국세청 청사 앞에서 한 중년남자가 피킷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배우자 공제를 이중으로 받았다는 혐의로 30만 명에게 세금 추징 및 가산세 10% 부과조치가 내려진 데 대한 반발 시위였다.
30만 명이 하루 아침에 탈세 범법자로 낙인 찍힌 배경은 아주 단순하다. 배우자가 연간 1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도 해당자들이 수년 동안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 받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적발된 이들의 부당 환급 세액을 추징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이 ‘범법자’들은 자숙은 커녕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며 국세청 홈페이지를 초토화시키고 1인 시위까지 나서는 걸까.
현 시스템을 들여다 보면 범죄 의사가 전혀 없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일일이 복잡한 세금계산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배우자가 보험모집인 등 사업자이거나 일용직 근로자, 원고료나 인세를 받는 기타소득자는 각자의 처한 입장마다 적용 공제 기준이 모두 다르다. 배우자가 사업자라면 이듬해 봄이라야 정확한 소득금액을 알 수 있는 데도 세금 정산이 연말에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납세자들의 볼멘 소리는 연말정산 철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물론 국세청만 집중포화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국세청 홈페이지는 매우 잘 꾸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대다수 국민을 위해서 조금 더 세심한 홍보 역량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단지 잘 모른다는 이유로 범법자가 되는 선의의 탈세자들이 내년에는 없어지길 기대한다.
박진석 경제과학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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