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의 전쟁 재점화?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에 대해 강경입장을 표명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올리가르히 그룹이 아직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과 계속해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올리가르히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법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마저 표명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야당세력과 손을 잡고 세력을 회복하려는 올리가르히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최근 몇 년새 이들이 소유한 기업을 잇따라 몰수해 국유화하거나 강제 폐쇄했던 점을 들어 러시아에 국가통제의 망령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올리가르히는 과두세력이라는 뜻으로,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던 혼란기에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부(富)를 불하 받은 신흥재벌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때 크렘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세력으로 발전했으나, 지난해 러시아 제1의 부호이자 최대 석유업체인 유코스의 회장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1)가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급속히 세력이 위축됐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야당을 지원해 푸틴의 재선을 막으려다 첫 정치적 희생양이 됐지만, 옥중에서도 푸틴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강제 폐쇄된 TV-6의 소유주이자 올리가르히의 좌장격인 미디어 거물 보리스 베레조프스키(58)는 야당 창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꿈꿨으나 결국 영국 런던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최대 민영방송 NTV의 전 소유주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52) 역시 그리스 스페인 이스라엘 등지를 오가며 망명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탄압(?)에 못이긴 일부 올리가르히는 연방정부를 피해 지방정부와 유착, 경제권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재벌이자 영국 명문 프로축구 클럽 첼시의 구단주이기도 한 로만 아브라모비치(38)는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의 주지사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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