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산행은 즐거웠다. 공기는 깨끗하고, 신선하고, 청량했다. 낙엽은 이미 떨어져 발 밑에 쌓여 있었다.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들이 환히 돋보이고, 시리도록 투명한 물이 골을 따라 흐른다. 눈 덮인 겨울 금강산은 어떤 모습일까, 봄 혹은 여름의 금강산은 또 어떤 절경을 뽐낼까 상상해 보았다. 비무장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북한의 금강산은 과연 이름처럼 절경이었다.나는 여러 나라의 대사들과 함께 현대아산㈜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18일부터 2박 3일간 금강산을 관광하는 기회를 가졌다. 첫날은 늦게 도착해 강원도에서 1박하고 이튿날 비무장지대를 지나 금강산의 3대 절경 중의 하나라고 하는 만물상을 다녀온 후, 18홀의 골프장 착공식을 참관했다.
저녁에는 현대아산이 1998년에 개시한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 6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기념식에 참석하고, 놀라운 기예를 펼치는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서커스 공연을 관람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한국 전쟁 때 아깝게 전소되었다는 역사 깊은 신계사 대웅전의 낙성식에 참석했다. 사찰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맑은 계곡물이 세속의 시름을 잊게 해 주었다. 앞으로 이 사찰이 많은 남북한 불자들과 관광객들의 마음의 쉼터가 되고 남북한 불교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낙성식이 끝난 후 구룡연 등반 길에 올랐다. 기암괴석과 비단같이 반짝거리는 물줄기….감탄을 자아내는 경개에 취해 힘든 줄도 몰랐다. 하산해 뜨거운 온천 물에 몸을 담그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현대는 금강산을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했으나 사업적으로 볼 때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한 국민들이 어떻게 함께 참여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나는 이번 금강산 관광을 통하여 남북한 국민들의 화합과 상호협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에 민간인들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현재는 이 사업이 상업적으로 손실이 많을지 모르나, 실보다는 득이 크리라 생각한다. 남북한이 평화통일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어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번 행사에 외교사절단을 초청해 주신 현대아산㈜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자콥 토빙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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