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이었음을 밝혀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수사가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찰은 수능 시험 당일 시험시간대의 문자메시지 3억여건을 이동통신사로부터 넘겨받아 수능 정답과 유사한 메시지를 골라내는 방법으로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몰론 이러한 기법을 동원하지 않았더라면 상당수 부정행위가 묻혀버렸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네티즌의 말대로 "12년을 교복바지 엉덩이가 구멍 나도록 공부한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면 ‘과학수사의 개가’라는 평판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러 온라인 투표에서도 경찰 수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다른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면 사정은 다르다. 문자메시지는 친구와 연인끼리 약속시간과 장소, 심지어 은행 계좌번호와 이메일, 비밀번호 등 음성통화보다 더 사적인 내용을 주고받는다. 그 은밀성으로 볼 때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요금 시비 증빙 등 영업상 편의를 위해 문자메시지를 저장해 왔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이 매우 한정돼 있어 악용될 위험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장담할 일은 아니다. 유괴와 협박사건 등 각종 범죄 해결에 휴대폰 문자메시지 활용 효과가 뛰어나 보관이 필요하다는 경찰의 주장에도 문제는 있다. 아무리 수사 목적이라고 하지만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 논란을 비켜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당국은 이런 논란을 감안해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 보관 자체를 폐지하거나 용도를 엄격히 제한해 보관 기간과 용량을 최소화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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