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정부 2기에서도 강경한 대외정책을 주장해온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입김이 사그러들지 않을 여지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네오콘의 정부 내 좌장격인 딕 체니 부통령이 건재하다. 부시 집권 1기 때 미국의 대외정책을 원격조정해온 그가 2기 정부에 남게 될 촉수를 활용,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크다.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물러날 경우 후임 1 순위로 거론되는 폴 월포위츠 부장관,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등 국방부 인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 부장관 승진설이 도는 존 볼튼 국무부 차관 등은 네온콘의 친위대들이다. 차기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이끌 스티븐 해들리 내정자도 때에 따라 네오콘의 이념과 정책에 동조하는 원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네오콘이 부시 정부 2기에서 일방통행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네오콘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은 중동 민주주의 확산에 대한 이들의 이념적, 정책적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포린 폴리시(외교정책)'지의 편집장인 모이스 나임은 "네오콘의 이념은 이라크 사막 속에 매장됐다"고 선언했다. 보수 논객인 패트릭 뷰캐넌까지 "네오콘의 전성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적 견제 장치도 주목할만하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외교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분석된다. 네오콘들은 이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각료였던 파월 장관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과 부닥쳐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의 충실한 심복인 라이스 장관 내정자는 이념보다는 국익과 실리를 챙기는 현실주의자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라이스 내정자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한국 핵 물질 처리를 둘러싸고 안보리 회부를 요구한 국내 강경파의 목소리에 동조하지 않은 것은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네오콘 판'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 관계의 복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도 네오콘이 활개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식 후 계획된 유럽 순방을 통해 전통적 동맹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타진함으로써 대외정책의 강경론과 온건론 사이에 균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부시의 말말말
▦11월 30일 캐나다 폴 마틴 총리와 회담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고, 또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
(캐나다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거부)
▦ 21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
"대만의 중국공격은 모기가 코끼리 무는 격이다"
"한반도는 북한반도"
▦ 20일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미스터 김정일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라"
▦ 20일 한미정상회담
"북핵 문제를 6자회담 틀 안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5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장치정부 사망설
"그의 영혼에 신의 축복이 있기 바란다"(아직 사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 4일 재선 성공 후 첫 기자회견
"모든 문명국가는 대 테러전의 결과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공동의 적이 있으면 싸울 의무가 있다"
■‘대외정책’ 전문가 시각
조지 W 부시 2기의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정부 내에서 독주할 것이라는 선거 직후의 관측은 성급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국제협조 색채가 강화될 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강경 일방주의 기조가 유지될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 교수는 "미국 정책에서 네오콘이 전면에 직접 나선적은 결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정책에서 원리원칙을 바탕으로 근본주의적 해결을 선호하는 딕 체니 부통령과 존 볼튼 군축·안보담당 차관의 역할이 예상만큼 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스티븐 해들리의 경우 처음에 ‘체니의 사람’으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라이스 인맥으로 지칭되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얻은 부시는 자신의 색채를 내려하고, 특정 집단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9·11 사태 이후 미국은 3년간 대외 정책에 있어 대체로 경황없이 즉대즉(卽對卽)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부시2기에는 보다 여유로운 입장에서 다자간의 대화를 우선하는 정책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대선직전까지 네오콘 세력은 전략적으로 한 걸음 전면에서 물러서 있었지만 결코 존재의미를 상실하지는 않았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이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는 않겠지만 네오콘 세력과 강경보수주의에 편향된 부시 정부간의 공감대 교류는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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