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재들로만 구성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그룹’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는 지난 달 29일 미래전략그룹에서 근무중인 다비드 앙리(32·사진)씨가 피에르-포르(Pierre-Faurre)상을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이 조직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피에르-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인 프랑스의 에콜 폴리텍이 첨단기술 관련 기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리며 국제화에 기여한 졸업생에게 주는 권위 있는 상이다.
1997년 에콜 폴리텍을 졸업한 앙리씨는 시스코시스템즈에서 3년간 근무한 뒤 명문 INSEAD(유럽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받았다. 삼성에는 지난해 9월 입사, 디지털미디어·통신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미래전략그룹은 세계 10위권 비즈니스스쿨 출신의 ‘S’(슈퍼)급 핵심 해외 인재를 스카우트, 그룹 세계화의 역군으로 양성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에 따라 97년 7월 설립됐다. 이 조직은 주로 외부에 맡기기 곤란한 내부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룹의 미래 전략과 사업 방향을 수립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10개국 출신의 30대 초반 전략가 25명으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와튼스쿨, 런던비즈니스스쿨 등 미국과 유럽의 초일류 MBA 과정을 마쳤다. 이들은 한국인이 갖기 힘든 다양한 관점에서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거시적이고도 장기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그룹 차원에서 4개 팀이 지구촌을 돌며 고급 인력을 찾아내고 있다. 이들은 보통 2~4년 뒤 계열사에 배치되는데, 2002년 1월 삼성의 외국인 임원 1호가 된 데이비드 스틸(37)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기획담당 상무는 이 조직에서 발탁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르 피가로는 "해외 인재에게 핵심 임무를 맡겨 그룹 문화를 익히게 한 뒤 국제 관리자로 육성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비즈니스계에서는 신선한 감각을 갖춘 우수 외국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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