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분열 위기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재선거 실시로 가닥을 잡는 양상이다.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은 29일 "정통성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여야에 재선거를 제안했다. 이는 야당 빅토르 유시첸코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사태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여당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버팀목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30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 개입 없이 해결되어야 하며 우크라이나 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실시된다면 재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누코비치 총리도 30일 선거 부정이 증명되고 여야가 새 후보를 낸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재선거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대통령으로 인정되면 유시첸코를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했다. 야누코비치 총리를 지지하며 ‘분리·자치’를 결의했던 남·동부 지역에서도 결의안을 철회하는 등 다소 수그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회(라마)는 30일 임시회의를 소집해 야노코비치 불신임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1일로 표결을 미뤘다. 3일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의 부정선거 심리결과는 약 3,000만표에 달하는 동·남부 지역의 재선거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재선거까지는 여야간에 기나긴 협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기세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보여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시첸코는 이날도 시위 중인 지지자들을 향해 야누코비치 총리 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독려했다. 야당 시위대는 관공서를 다시 봉쇄하고 의회에 난입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보리스 그리즈로프 러시아 의회(두마)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분열과 유혈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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