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29일 재허가 추천 결정을 또다시 보류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BS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방송위가 추천을 보류한 것은 SBS가 ‘이익의 15% 사회환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허가조건 위반인지 여부를 아직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는 설사 허가조건 위반이라 해도 추천거부에는 무리가 있어 ‘조건부 추천’을 점치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조건’의 강도에 따라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BS는 "사회환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는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자발적 약속이었지 허가조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SBS 개국 허가장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일각에서는 체신부가 1991년 12월 내준 TV방송국 허가장의 부관사항에 ‘3. 귀사가 개설허가 신청시 서약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임’이라고 명시한 것이 바로 사회환원 약속을 지칭한다고 주장한다. 사회환원의 법적 구속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는 최병렬 당시 공보처장관의 발언 등 여러 정황증거가 거론되지만, 문서에 명기된 확실한 증거는 허가장 ‘부관사항’이 유일하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당시 체신부)의 설명은 다르다. 문제의 부관사항은 ‘인접 주파수와 혼신발생시 SBS가 기술·재정적 조치를 시행한다’는 서약서를 말한다는 것. SBS도 이 조항이 라디오방송국 허가장에는 없는 것이 바로 TV주파수 혼신 문제를 지칭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결국 부관사항의 해석에 따라 허가조건 여부가 갈리게 된다. 그러나 외부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자문위원회에서도 해석이 엇갈려 방송위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의 부관사항은 3년 전인 2001년 정통부가 내준 허가장에서 사라졌다. SBS측은 "이미 TV주파수 혼신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조항을 뺀 것 자체가 사회환원과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2001년 재허가는 통합방송법 제정으로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절차가 신설됐는데, 추천과정에서 사회환원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법률자문위 1차 회의에서는 부관사항이 사회환원을 지칭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2차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의견을 바꾼 것도 2001년 허가장에서 이 조항이 빠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위 내부에서는 사회환원이 허가조건이 아니라 해도 엄연한 ‘공적 약속’이었던 만큼 그동안의 미환원액 전부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문제는 미환원액 규모가 SBS 주장은 511억원, 방송위 계산은 69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 SBS는 "방송위의 주장은 사회환원, 곧 기부금을 영업외비용으로 계상하지 않고 계산했기 때문"이라면서 "회계처리의 기본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방송위는 "외부회계사에 확인 결과, 우리 계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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