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사의 트럭 운전사로 출발, 최고 경영자(CEO)에 오른 쿠바 이민자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내각 ‘깜짝 인선’의 주인공이 됐다.29일 미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카를로스 구티에레스(51·사진) 켈로그사 회장은 미국과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온 역대 미 상무장관들의 전형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의 측근도, 탁월한 경제정책의 조언자도, 선거자금 기부의 큰 손도 아니다.
공화당엔 6,500달러를 기부했지만 2000년과 지난 대선 때 부시 선거 캠프에는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학력은 고졸이다. 그런 만큼 그의 지명발표는 워싱턴 정가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는 4년 전 한 히스패닉계 회의에서 처음 만난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1975년 멕시코의 켈로그 지사에 들어가 24년 만에 켈로그사의 CEO로 고속 승진할 때까지 그가 보여준 추진력과 결단성, 4년 동안의 경영 과정에서 확인된 통찰력은 집권 2기 ‘미국 주식회사’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애타하는 부시 대통령이 가장 바라는 장관의 자질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지명하는 자리에서 "구티에레스는 사다리의 맨 밑에서 꼭대기까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그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미국 제조업에 바른 처방을 내려줄 것을 기대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의 지명을 1기 내각 경제팀 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정치적으론 그의 인선은 지난 대선 때 플로리다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쿠바계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구티에레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쿠바 난민의 표상이다. 7세 때인 1960년 쿠바에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자 아버지와 함께 2,000 달러의 현금과 22개의 가방만 들고 쿠바를 빠져 나와 마이애미에 정착했다. 쿠바에서 파인애플 수출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는 카스트로 정권에 전 재산을 몰수 당했다.
국제 무역 경험이 많은 그가 다른 국가 경쟁자들에게 강경한 정책을 취하도록 요구하는 미국내 제조업계의 압력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공격적인 백악관의 주문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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