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29일 SBS 등에 대한 재허가 추천 결정을 또 보류했다. ‘추천 신청 접수일(6월30일)부터 90일 이내에 추천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송위 시행규칙을 이미 어긴 것은 물론, "11월 안에 끝내겠다"며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마저 넘긴 것이다. 허가만료일(12월31일)을 코 앞에 두고 정보통신부의 기술심사 등 후속 절차에 차질이 빚어졌음은 물론이다.재허가 추천 거부대상에 오른 강원민방(GTB)은 ‘방송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걸려있어 장고(長考)를 마냥 탓할 수 없고, 경인방송(iTV)이 청문까지 간 데는 자본잠식 상태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의지와 능력을 보이지 못한 대주주와 방송사에 1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SBS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SBS는 1차 심사에서 합격점(1,000점 만점에 650점)을 넘었으나, 뒤늦게 "설립 당시 약속한 ‘이익의 15% 사회환원’을 지키지 않아 허가조건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결정이 보류됐다. 그 후 방송위는 추가 의견청취와 각종 자료검토 등을 거치며, 사회환원의 성격을 놓고 두 달 가까이 논란을 벌였다.
그런데 방송위가 29일 또 결정을 보류하며 이유로 든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사회환원 관련회계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 필요’였다. 아직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니! 방송위 스스로 무능과 직무유기를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그게 아니라면, SBS 노조가 30일 낸 성명에서 지적했듯 "여권과 일부 단체를 의식한 ‘눈치 보기’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능력이든 무소신이든, 방송사의 목줄을 쥔 방송위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아이에게 칼자루를 쥐어 준 꼴"이라는 항간의 비아냥거림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희정 문화부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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