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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개혁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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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개혁과 전략

입력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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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만 몰아치던 정치권에 미풍이기는 했어도 잠시 온풍이 불었다. 별 성과는 없었지만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간의 원탁회의가 열렸다. 또 청와대에서는 한미정상회담 등의 성과를 설명하는 3부 요인들과 정당대표 초청만찬이라는 형태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간의 회동도 이루어졌다. 이 같은 온풍은 처음부터 개혁 법안들을 둘러싼 일대결전을 앞둔 숨 고르기, 즉 태풍전야의 고요함일 가능성이 커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여야가 사생결단이 아닌, 대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그러나 그 때도 이렇듯 좋은 소식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원탁회의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야당들에게 제의했고 민주노동당 등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원내교섭단체인 두 당만의 모임으로 끝났다. 아직도 소수파를 배제하는 교섭단체 독식주의가 강고하다는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교섭단체가 아니라고 경찰이 현직의원, 그것도 여성의원을 시위진압과정에서 폭행하는가 하면 공무원노조 파업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색출한다며 민주노동당의 의원단 대표인 천영세 의원의 승용차를 수색하고 권영길 의원의 사무실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청와대의 정당대표 만찬을 거부했겠는가?

나쁜 소식은 또 있다. 국가보안법이 내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국보법폐지 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심사거부의사를 밝힌 법안들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심사에 회부하고, 대신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스스로 심사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국보법 폐지법안의 연내처리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물론 이른바 4대 개혁법안중 국보법폐지에 대한 여론이 가장 부정적인데다 한나라당이 개혁법안들에 대해 극력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으로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몇 개는 포기하고 몇 개라도 건지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한심한 것은 이 모든 사태가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전략부재로 노무현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해찬 총리의 막말시비다.

한나라당의 성격으로 보아 그들이 이들 법안에 대해 실력저지로 나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야만 개혁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이 처음부터 매우 컸다. 그렇다면 그럴수록 일종의 명분 쌓기 차원에서라도 한나라당을 예우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래서 개혁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도 국민들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이해를 해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이 총리가 막말시비나 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열흘 이상 국회가 공전됐고 이후 열린우리당은 국회일정에 쫓겨 한나라당에 끌려 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다. 또 여론이 나빠져 더 이상 일방통과 강행은 어려워지고 말았다. 답답한 일이다.

한마디로 이 총리 발언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고마운 일이었고, 노무현정부의 입장에서는 개혁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든 ‘이적행위’였다. 사태가 이러하기에 그간의 경력을 볼 때 자신의 발언이 이 같은 사태를 가져올 것임을 모를 리 없는 이 총리가 막말시비를 했던 것은 개혁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들어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을 낙방시킨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된다.

여당은 이제라도 개혁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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