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한일관계가 순조로웠던 올 한해가 ‘배용준 현상’을 정점으로 마무리되는가 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 방영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탤런트 ‘욘사마(배용준) 열풍’은 양 국민의 심리적 장벽을 크게 무너뜨렸다. 이번 배용준 방일에는 연일 공항과 호텔에 수천명의 여성팬이 모여들어 이 미남 배우에 열광했다. 백인 배우 톰 크루즈를 환영하던 인파의 7배라고도 보도됐다.‘배용준 현상’은 우리 드라마나 영화에 긍지를 느끼게 한다. ‘겨울연가’ ‘올인’ ‘태극기 휘날리며’ 등 일본에 수출되어 방영된 한국의 순애보적 드라마와 영화는, 일본인에게 산업화 과정에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주었다. 열성 팬이 소녀 중심이 아니라 중년 여성이라는 점이 그런 점을 확인시켜 주고, 한두 해 후면 문득 사라질 신기루가 아니라는 믿음을 준다.
일본 언론에는 최근 ‘한국 사천왕’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배용준과 ‘올인’·‘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인공 이병헌, ‘태극기…’의 배우 장동건과 원빈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의 방일에도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현상이 지금 일본의 한류 붐을 말해 준다. ‘욘사마 열풍’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조~2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당국과 연예인 자신들은 한류의 지속과 성장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욘사마 열풍’의 정치경제적 효과만 따지는 것은 민망하다. 더 중요한 것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한국인의 반일감정과 일본인의 혐한(嫌韓)감정을 자연스럽게 해소하여, 양국이 선린(善隣)으로서 발전하는 일이다. 정치경제보다 강력한 것이 문화이고, 문화보다 사람을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감정의 힘이다. 배용준 현상은 그 기폭제가 될 수 있음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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