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 출국 조치에 항의해 서울 명동성당에서 1년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 온 이주 노동자들(사진)이 28일 해단식을 갖고 농성을 마무리했다. 임금체불과 인권유린, 산업재해에 고통받으면서도 묵묵히 기계를 돌려 온 자신들에게 ‘강제추방’하는 정부의 처사는 가혹하다는 것이 이들의 외침이었다.
처음 농성에 참여했던 150명의 이주 노동자 중 20여명은 단속반에 걸려 강제 추방됐고 상당수는 지방으로 거처를 옮겨 현재 명동성당에는 15명만 남았다. 12년 전 입국한 네팔인 A(30)씨는 "천막에서 살다 보니 몸도 고됐지만 그보다는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일부 시민들의 비난 섞인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인 B(41)씨는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데 1년 넘게 일을 못해 돌아갈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다"고 침통해 했다.
96년 입국해 섬유공장에서 일해 온 방글라데시인 아노아루 모하몬(34)씨는 "무기한 천막농성이 이슈화하면서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다소나마 높아졌다"며 "특히 농성 기간 동안 도움을 준 여러 단체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윤정기자 yjcho@hk.co.kr 사진=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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