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신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2년차의 무명 애런 오버홀저(29·미국)를 선택했다.제주 중문골프장(파72·7,454야드)에서 아시아 최초의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공인대회로 28일 열린 2004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총상금 355만 달러, 우승상금 100만 달러) 마지막 날 경기. 바람이 다소 잠잠해진 이날 선수들은 그린과 버거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마운틴 브레이크에 PGA투어측이 최종 라운드에는 가장 어려운 곳에 핀을 꽂는 관행대로 코스 세팅을 했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4위 미겔 앙헬 히메네스(40·스페인)와 80위 애런 오버홀저(미국)의 챔피언조 대결도 퍼트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6번홀까지 만해도 2타차 선두를 달리던 히메네스의 우승 분위기였다.
그러나 오버홀저가 7번(파5)과 8번홀(파4)에서 4~5m의 버디 퍼트를 잇따라 성공, 8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히메네스와 동타를 이루면서 승부의 행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9번홀(파4) 보기로 역전을 허용한 히메네스는 12번홀(파4) 60㎝의 버디 찬스에서 3퍼트 실수로 보기를 범하면서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사실상 오버홀저에게 헌납했다.
오버홀저는 이날 3언더파(버디 5개 보기 2개)를 쳐 합계 4언더파 284타로 히메네스와 나상욱(21) 등 2위 그룹(각각 상금 32만5,000달러)을 2타차로 따돌리고 고려청자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우승이 없던 오버홀저로서는 1라운드 10번홀 3퍼트에 대한 화풀이로 퍼터를 망가뜨린 뒤 남은 홀을 웨지로 사용한 데 이어 2라운드부터는 톰 퍼니스 주니어(미국)의 퍼터를 빌려 쓴 것이 전화위복의 행운을 가져다줬다. 오버홀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국내 상금왕(1억4,300만원) 장익제(31·하이트맥주)가 한해 벌어들인 돈의 7배 정도의 거액을 챙겼다.
나상욱의 발목을 잡은 것도 퍼트였다. 후반에만 3타를 줄이면서 막판 추격에 나선 나상욱으로서는 전반 9홀에서 3~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여러 차례 빠뜨린 것이 뼈아팠다.
양용은(32·카스코)은 공동 11위(3오버파), 최경주(34·슈페리어)는 공동 28위(11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서귀포=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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