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양면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표면상 가담자가 수십 명 더 늘어나는 등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온 부정행위 대물림과 학부모의 개입은 증거확보 어려움 등으로 입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26일 적발된 제2, 제3의 부정행위 조직이 미수에 그치거나 기존에 발견된 제1조직으로부터 메시지를 전달 받은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현재로서는 제1조직에 연루된 학생을 조금씩 더 적발해 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대물림이나 학부모 개입의 개연성이 높다는 건 인정한다"며 "그러나 성격상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등 입건이 가능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부정행위에 연루된 광주 K고 고교생에게서 "1년 선배인 P모(19)군이 지난해 후배들 휴대폰을 빌려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본인들이 부인하고 통화내역 보관기간도 지나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고교 안팎에서도 휴대폰 부정행위 등으로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의 이름이 몇몇 오르내리고 있지만, 역시 물증 잡기가 어려워 경찰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의 개입 여부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거액이라고 하지만 고교생 수준에서 거액인 거고, 100만원도 넘지 않은 돈이기 때문에 학부모를 집중 추궁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3년간 1,800여만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본 주모(20·여)씨 사건도 ‘부모가 몰랐을 리 있느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이렇다 할 확증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수능 부정행위가 광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다는 증언들이 빗발침에 따라, 서울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는 25일부터 ‘05 수능 부정행위 제보’라는 제목으로 팝업창을 띄워, 제보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와 제보내용의 비밀은 철저히 보장하며 결과에 따라서는 소정의 보상금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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