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도 글로벌 주식시장의 강세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글로벌 증시 강세에 편승해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물론 종합지수 900선 돌파시도가 번번히 무산되면서 시장이 암암리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당을 겨냥한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연말연초 랠리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분명 우려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우세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주된 이슈는 역시 ‘달러화 약세’이다. 유로화와 엔화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역시 패닉에 가까운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미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하락을 통해 해외자본이 미 금융시장으로부터 이탈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과소비에 의존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마감돼가는 상황에서 미 증시가 대선을 전후로 예상 외의 상승흐름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달러가치 하락의 긍정적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제유동성이 달러가치 하락과 연동돼 발 빠르게 이동함으로써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의 강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달러화 가치하락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시장은 점차 달러화 약세의 부정적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사상 최고치 경신을 지속하며 과도하게 팽창된 투기적 거래규모를 감안할 때, 역으로 달러가치가 급격하게 강세로 전환될 경우 국제유동성 흐름의 급격한 반전을 통해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 약세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향후 금리인상에 더 속도를 내고 저축률 제고를 위해 재정적자 축소에 나서는 등 긴축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전세계적인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주식시장에 잠재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2월 주식시장은 완만한 달러 하락세와 이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 연말연초 랠리에 대한 기대감,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에 따른 수급개선 등이 어우러져 추가적인 상승시도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달러가치 급변동에 따른 불안요인과 펀더멘털의 지속적인 부담을 감안하면 상승세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표 교보증권 투자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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