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中東), 그 한 가운데에 팔레스타인 문제가 놓여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잇딴 중동전쟁 승리에서 비롯된 이-팔 분쟁은 무자비한 점령정책과 이에 맞선 자살폭탄테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피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MBC가 그 분쟁의 역사와 현장을 기록한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중동’(연출 최진용, 한홍석)을 29일부터 닷새 연속 밤 11시5분(5부는 밤 11시50분)에 방송한다.
집으로 날아든 이스라엘군 포탄에 맞은 스무 살 청년이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숨진다. 탱크를 향해 돌 팔매질을 하던 아홉 살 소년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성난 청년들은 ‘순교자’의 시신을 메고 거리를 행진하며 ‘피의 보복’을 다짐한다. 1부 ‘21세기의 게토, 팔레스타인’은 투쟁과 죽음, 분노, 그리고 복수가 일상화 한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 비극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2부 ‘누구의 땅인가’는 분쟁의 ‘뇌관’이 묻힌 예루살렘으로 카메라를 옮겨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3개 종교의 성지이자 ‘평화의 도시’란 뜻을 지닌 예루살렘이 지구상에서 가장 살벌한 땅으로 변해버린 과정을 짚고,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 및 팔레스타인 지역 봉쇄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3부 ‘알 카에다’에서는 이슬람 ‘성전(聖戰)’의 선봉에 선 알 카에다의 실체를 추적하는데,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 촬영된 빈 라덴의 미공개 테이프를 입수해 소개한다. 4부는 중동의 새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란 시아파 무슬림을 조명하고, 5부에서는 이라크 바그다드를 찾아 전쟁 이후 실상을 전하면서 이라크와 중동의 미래를 점쳐본다.
6월부터 넉 달간 중동 각 지역을 돌며 취재한 최진용 PD는 "이라크 파병과 알 카에다의 한국공격 공언 등으로 중동 문제는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면서 "중동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사회에서 미리 본 1,2부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감상조로 접근하거나 양측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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