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안 419’ 로 불리는 국제금융사기 경계령이 내려졌다. 교수 은행원 무역상 등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이들이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금융감독원은 해외에서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거액을 상속 받게 됐다거나 자금 도피에 필요한 계좌를 제공하면 사례하겠다고 한 뒤 먼저 수수료 명목의 자금 송금을 유도하는 국제금융사기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사기사건은 대부분 나이지리아와 인접 국가인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을 진원지로 하고 있고, 나이지리아가 형법 419조를 통해 이를 사기죄로 규정하고 있어 ‘나이지리안 419’로 불리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홍콩 등지로 사기 혐의자의 계좌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 교수인 A씨는 5월 은닉 재산 1,000만달러를 해외 송금하는데 필요한 계좌를 제공하면 100만달러를 사례비로 주겠다는 외국 여성의 제의를 받고 경비 명목으로 8만달러를 송금했다가 고스란히 날렸다. 이 여성은 이메일을 통해 자신을 나이지리아 군 장성의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부친이 사망한 뒤 신변의 위협을 느껴 망명을 계획하고 있다고 A씨를 유인했다. A씨는 처음에 호기심으로 답신 메일을 보냈다가 사기 행각에 걸려들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무역상인 B씨는 6월 평소 사업상 알고 지내던 나이지리아 상인이 사망해 현지법에 따라 상속인이 됐으니 상속 재산 1,000만달러를 수령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후 수수료조로 5만달러를 먼저 송금하라는 요청을 받고 외환 당국에 문의해 본 결과 사기임이 판명됐다.
관광 사업을 하는 C씨의 경우 지난해 5월 제주도에 관광투자사업 경영을 맡길 테니 현지 금융기관 수수료와 세금 등 경비를 지원해달라는 미국 시민권자에게 속아 가나와 코트디부와르의 은행 계좌로 송금한 40만달러를 모두 떼이고 말았다.
금감원은 "국제금융사기단이 직접 국내에 들어와 투자자를 접촉하고 정교한 관련 문서까지 제시하는 등 사기 수법이 점차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며 "국제 금융사기에 의한 피해는 구제 받기 힘든 만큼 어떤 경우라도 송금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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