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념일 중에서 가장 사랑스런 날을 꼽으라면 아마도 크리스마스가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날 속에 예수의 탄생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는 이제 거의 탈색되었다. 한 해가 끝나고 제대로 겨울이 시작될 쯤, 크리스마스가 사람들을 유독 설레게 만드는 것은 그 속에 ‘가족’ ‘사랑’ ‘수확’ ‘나눔’ 등 가슴 훈훈하게 만드는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프랑스 작가 소피 보드의 글에 제롬 뤼예의 그림을 넣어 만든 ‘아주 특별한 밤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날 밤 할아버지가 손자 시몽에게 주는 멋진 선물 이야기다. 자동차로 먼 길을 달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시몽은 피곤에 지쳐 금방 곯아 떨어졌다. 한 밤중. 할아버지가 잠자는 시몽을 흔들어 깨웠다. ‘곰 발바닥’처럼 벙어리 장갑을 끼고 할어버지는 시몽을 고요한 밤 속으로 데리고 간다.
도착한 곳은 시몽과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호숫가. 카누를 타고 노를 저은 할아버지는 호수 기슭에 카누를 댔다. "자, 이제부터 기다리는 거야." 그때 숲에서 전나무 껍질이 뚜두둑 떨어지면서 큰 짐승 한 마리가 호수로 걸어 나왔다. 캐나다산 큰 고라니다. 혼자 나온 고라니는 수초를 뜯어먹고, 시몽은 카누 속에 납작 엎드려 크리스마스 이브의 대자연을 ‘기막힌’ 선물로 받아들였다.
제롬 뤼예의 그림은 할아버지가 시몽에게 쏟아 붓는 애정만큼 다감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듯 거침없다. 크리스마스에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자녀들과 가족사랑과 자연의 숭고함을 느끼기 원한다면 이 그림책은 정말 ‘강추’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