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불씨를 잠재우는 손오공의 부채가 될 것이다." 지난 초여름 청와대 비서실이 출입기자들을 초청, ‘오픈하우스’ 행사를 가졌을 때 왕수석으로 불리는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이 기자들에게 부채를 선물로 주면서 한 말이다. 한 기자가 "이 부채가 갈등을 부채질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자 문 수석은 이렇게 받아넘겼다.그는 민정수석에서 물러났다가 5월 중순 신설된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한 후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조용하다.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돌아온 왕 수석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궁금증이 널리 퍼져있다.
그가 밖을 향해서는 입을 닫고 있지만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 갈등과 논란의 소지가 있는 현안들을 사전에 충분히 점검, 불씨를 잠재우는 ‘부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
지난 주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한 수석비서관이 쌀 개방 관세화 협상 경위를 보고했을 때도 그랬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문 수석은 금년 말까지 관세화 타결이 안될 경우 대처방안 등을 조목조목 집어가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결국 토론이 길어지면서 농어촌비서관까지 호출됐다.
문 수석은 또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지율스님을 만나 협상을 벌이기도 하는 등 물밑에서 대통령과 시민사회 간의 채널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문 수석은 "갈등 현안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에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내가 드러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면서 "앞으로 해당 부처들이 새만금 사업, 미군기지 이전 등 현안을 잘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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