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교 6학년 한 반에서 사회시간 준비물로 ‘광복 직후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가져오라고 했단다. 작가도 제목도 모르는 책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나아가 독서 ‘편식’을 고칠 수 있는 책이나 ‘우정’ 혹은 ‘장애’를 다룬 책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에서 여주인공 케슬린 켈리(멕 라이언)는 ‘길 모퉁이 서점(The Shop Around the Corner)’이라는 작은 어린이책 전문 책방을 운영한다. 어머니가 운영하던 서점을 물려받은 그녀는 그 분야의 전문가에다 아이들과 책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그런데 맞은편에 대형할인서점이 들어서면서 서점은 문을 닫아야 했다.
폐업하던 날, 시린 가슴으로 건너편 대형서점의 어린이책 코너를 둘러보는데 그 서점을 찾은 다른 손님이 직원에게 ‘신발’에 대한 책이 있느냐고 묻는다. 직원이 머뭇머뭇하자 켈리가 나서서 이렇게 말해준다. "발레 슈즈, 댄싱 슈즈, 무대용 슈즈의 신발 시리즈가 있는데 보통 ‘발레 슈즈’부터 읽지만 어느 것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척척박사가 곳곳에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원하는 책 찾기란 늘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 도서목록을 검색해보자. 위의 6학년 아이는 정확한 제목과 작가를 모르기 때문에 제목 키워드나 주제어로 검색해야 한다. ‘해방’이라는 단어와 해방되고 곧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한국전쟁’을 입력했더니 각각 200권 이상의 책이 검색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이책과 어른책이 구분되지 않아 그 많은 책을 한 권씩 일일이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점에 따라 ‘주제별 이야기’가 있지만 항목이 너무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결국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야 ‘몽실언니’(권정생 지음·창비 발행), ‘피리부는 소년’(이주홍 지음·산하 발행), ‘초승달과 밤배’(정채봉 지음·까치글방 발행)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독서단체, 교사모임, 대형서점에서 만드는 ‘권장도서목록’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한 책을 고르는 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권장도서목록은 각 기관에서 선정한 책들을 연령별로 나누어 옛이야기, 창작동화, 역사/인물, 과학/환경과 같이 분야별로 나열한다. 따라서 학년별로 훑어보기에는 요긴하다.
그러나 특정한 책을 찾아보려면 아무래도 ‘찾아보기’가 필요하다. 제목, 저자, 삽화가로 찾을 수도 있어야 하지만 ‘시대배경’ ‘생활 습관’ ‘죽음’ ‘우정’ 등 한 주제의 책을 쉽게 한곳에서 찾으려면 반드시 ‘주제로 찾아보기’가 있어야 한다. 색인이라고도 하는 ‘찾아보기’가 없는 도서목록은 ‘지명찾기’가 없는 지도와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책을 골라줄 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권장도서목록의 역할이 크다. 그래서 권장도서목록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 줄 때는 물론이고 판매부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다양한 찾아보기를 마련해 그 도서목록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단연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도서목록 어디 없나요?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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