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으로 국가분열 위기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26일 야당측의 임시혁명정부 선언 및 정부기관 봉쇄, 대법원의 대선결과 공표금지 결정 등으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긴박한 국면을 맞았다.수도 케에프를 장악한 야당 후보 빅토르 유시첸코 지지자 10만여명은 이날 대통령부, 총리부, 중앙 은행 등 핵심 정부기관들을 완전 봉쇄, 사실상 정부기능을 마비시켰다. 때문에 중앙선관위가 대통령으로 인정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날 출근조차 못하는 등 무정부 상황이 연출됐다.
앞서 유시첸코 진영은 임시정권수립을 선포한 뒤 독자적 치안군이랄 수 있는 ‘인민자위대’ 창설 등 현정부를 전면 부인하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유시첸코 진영의 잇단 공세는 미국 등 ?黎물÷?지원, 정권 내부의 동요 등 안팎의 정세가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날도 일부 경찰과 주요 방송사들이 잇따라 야당 지지를 표명하는 등 야당세가 점점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더욱이 대법원마저 중앙선관위의 야누코비치 총리 당선발표에 대해 "29일 시작되는 부정선거 조사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대선결과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혀 사실상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여당인 야누코비치 진영은 대화와 안정을 촉구하면서도, 야당측이 차선책으로 제시한 재선거 등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야누코비치 지지 세력인 동부의 도네츠크 주의회는 비상회의를 갖고 자치공화국을 모색하는 등 국가 분열 양상이 가시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도 유시첸코 후보와 협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무효를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만간 진압 병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키예프 시내에는 이날 30여대의 특수부대 차량과 경찰 병력을 실은 12대의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가리아의 한 TV 방송은 양 진영간 충돌이 발생한다면 키예프 인근에 주둔 중인 러시아 특수부대가 즉각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태가 점점 꼬여가자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제 마누엘 바로수 신임 EU 집행위원장은 25일 헤이그에서 긴급 회동, 우크라이나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문제는 법정에서 적법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야누코비치 당선지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전날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26일에는 EU 하비에르 솔라 외교정책 대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대통령이 키예프를 방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인터넷 판은 "이번 사태는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서구와 러시아가 다시 충돌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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