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바람이라면 고향 완도에서는 어선도 띄우지 못합니다."2004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 둘째날인 26일 제주 중문골프장에 몰아친 강풍을 두고 최경주(34·슈페리어)가 혀를 내두르면서 한 말이다. 평소 같으면 5번 아이언을 잡았어야 할 192야드 파3 5번홀. 최경주는 맞바람을 의식해 3번 우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린 앞 벙커에도 미치지 못해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동반자인 브라이언 게이(미국)는 한술 더 떠 드라이버를 휘둘렀지만 역시 온그린에 실패, 똑같이 보기를 기록했다.
핀 깃발이 부러질 듯한 강풍(초속 14m)과 추위 속에 단 한명의 플레이어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긴 하루’였다. 첫날 1타차 깜짝 선두로 나섰던 테드 퍼디(미국)가 12오버파 84타라는 최악의 스코어サ躍?제출했고 크레이그 보든(미국)은 4번홀(파4)에서 10타만에 홀아웃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최경주도 보기 7개(버디 2개)를 쏟아낸 끝에 합계 9오버파로 하위권(30위)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들은 특히 그린에서의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슬라이스 라인에서도 훅을 보고 퍼트를 해야 했을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는 나상욱은 "더 굴러가지 않게 볼이 서자마자 빨리 뛰어가 마크를 하느라고 바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선수들은 어드레스 상태에서 바람에 볼이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퍼터의 헤드를 지면에 대지 않은 채 퍼트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골프 규칙상 퍼터가 지면에 닿으면 어드레스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 1벌타를 부과한다. 서귀포=김병주기자 bjkim@hk.co.kr
■ 양용은 3언더 단독선두로
제주 출신의 양용은(32·카스코)에게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다.
양용은은 26일 제주 중문골프장(파72·7,454야드)에서 열린 2004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총상금 355만 달러) 2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쳐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했다. 공동 2위 그룹과는 2타차.
더블보기 1개, 보기 4개와 이글 1개, 버디 1개를 맞바꿀 만큼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어수선한 경기 내용이었다. 하지만 제주 바람을 처음 겪어보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하루였다.
첫날 단독 선두에 나섰던 테드 버디(미국)가 12타를 까먹으면서 합계 5오버파로 선두 대열에서 탈락했고 세계 랭킹 6위의 포드릭 해링턴(아일랜드)도 5오버파의 부진으로 양용은을 2타차 공동 2위로 쫓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나상욱은 공동 4위(합계 이븐파 144타)에 포진했다.
서귀포=김병주기자
■ 나상욱 최연소 PGA투어확보
‘슈퍼루키’ 나상욱(21·엘로드)이 올해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한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것으로 나타났다.
PGA가 26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시즌 정규 투어대회에서 90만1,158달러를 벌어들여 상금 랭킹 87위에 오른 나상욱은 만 21세로 상금랭킹 125위까지 주는 내년 투어 카드 확보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로 기록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50세의 제이 하스(27위·미국)이다.
세계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은 올해 톱10에 18차례 들어 2년 연속 최다 톱10 입상자로 기록됐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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