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과 전망/ 신문시장 점유율 규제가 가장 큰 쟁점"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얼음과 숯불은 함께 할 수 없다)" 국회 문광위의 한 관계자는 25, 26일 잇따라 상정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을 비교한 뒤 이렇게 말했다. 신문법·방송법·언론중재법 등 양당 언론법은 출발선인 언론관부터 판이하다. 우리당이 신문 시장이 엉망이라며 신문법에 역점을 둔 데 반해 한나라당은 국가기간방송법을 따로 제정하는 등 KBS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쟁점인 신문법안에 대한 서로의 평가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은 여당 안에 대해 "최대한의 규제를 통한 최소한의 언론 자유를 규정한 악법"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우리당은 "야당 안은 신문 발행인과 사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규제다. 우리당은 1개 사업자가 30%, 3개 사업자가 60%를 넘을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 규제를 가하자고 한다. 이에 한나라당은 인수·합병으로 점유율이 30%를 넘으면 규제하되 자연 점유율은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시장점유율 20% 미만의 제한을 붙이긴 했지만 한나라당이 신문사의 방송사 겸영을 허용한 것도 눈에 띈다. 여당은 "방송진출을 집요하게 시도해온 거대신문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편집규약 제정·편집위원회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법제화한 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신문사 자율을 주장하고 있다
방송법도 여야 간극이 넓다. 한나라당은 현행 방송법에서 KBS와 EBS에 대한 규정을 떼내 국가기간방송법을 제정, 수신료 인상과 KBS 예·결산에 대한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여당은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하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는 데 비해 한나라당은 국회 등이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KBS경영위원회를 신설, 사장 등을 임명·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안마다 상극을 달리다 보니 국회 심의과정은 험로다. 양당 공히 "합의 안을 도출해내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판이다. 합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은 고작 언론중재법 정도다.
문광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법률가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장기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여당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면 야당도 힘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여야가 법안을 상정한 것은 토론할 자세가 돼 있다는 뜻 아니냐"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정청래 열린우리당 언론발전특위간사
혼탁시장 정상화가 왜 통제인가/ 편집委는 사주 전횡 막는 장치
-여당 신문법안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공정거래법상 1개사 50%, 3개사 75% 규정과 불일치해 평등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다.
"신문이 가진 성격과 역할을 일반 제조품과 다르게 봐야 한다. 신문은 일반 상품과 달리 공적 정보 제공 등 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신문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우편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여론독과점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은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21조 3항의 정신에도 충실한 것이다."
-경쟁유도 정책은 없고 점유율 제한 등 규제책만 있어 ‘언론통제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시켜 제대로 된 경쟁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가지와 경품 등으로 인한 혼탁해진 시장 상황을 정상화 하기 위한 조치가 어째서 통제인가."
-신문사 자율에 맡겨야 할 광고의 양을 제한하는 것은 신문사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신문의 광고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독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광고주의 이해에 따라 기사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규정일 뿐이다."
-신문사의 경영사항을 문광부 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편집위원회 설치를 강제한 것은 신문에 대한 정부통제 아닌가.
"경영 자료의 신고는 신문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편집위나 편집규약의 설치는 노사간 합의로 하도록 해 사주의 전횡이나 간섭을 배제하자는 취지다."
-민영방송에 대한 규제 강화는 민영방송 길들이기 아닌가.
"전파의 사유화를 막고, 편법상속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정녹용기자
■ 박형준 한나라당 언론발전특위 간사
공정거래법으로 경품 규제 가능/ 신문과 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
-불법, 편법 경품과 무가지 때문에 시장질서 왜곡이 심각한 것은 사실 아닌가.
"공정거래법상 신문고시를 활용해 엄격히 단속하면 된다. 우리도 불공정거래는 분명히 시정돼야 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있다고 신문법에 규제조항을 넣으면 이중 규제, 과잉규제의 위험이 있다."
-한나라당의 신문·방송 겸영 허가는 신문시장의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다.
"겸영허용은 세계적 추세다. 우리만 낡은 법을 가지고 시기상조 운운 하는 것은 수구적 태도다. 당 법안에서도 지분 제한을 둬 거대신문사가 방송사를 거느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열악한 신문환경에서 신문사들이 컨소시엄 형성 등을 통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편집위원회 설치를 신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사주 뜻대로 하라는 얘기 아닌가.
"여당의 신문법안은 사주가 전횡을 한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지만, 구체적 근거는 없다. 여당의 편집위원회 의무화 규정은 신문사도 민간기업이라는 기본원리에 위배된다. 강제조항으로 둘 경우 편집권이 노조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게 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한나라당 방송법은 국회 추천인사로 KBS내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경영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있는데 결국 정치권이 나눠먹기 인사를 하자는 것 아니냐.
"전문성과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전제로 하나의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이 2분의1을 넘지 못하게 했다. 경영위는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방송 환경이 개선돼 경영위원을 국회가 아닌 다른 경로로 추천 받을 수 있겠지만 현재론선 그 방법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
이동훈기자
■ 신문 점유율 외국도 규제 "한다" "안한다"
‘신문 시장점유율 간접규제’가 있는 대표적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1986년 ‘신문사의 집중방지와 재정투명성 및 다원성 보장법률’을 마련, 1개사가 점유율 30%를 넘을 경우 한국의 공정위와 비슷한‘경쟁위원회’가 규제토록 했다. 이 법 9조는 규제 대상을 ‘획득·점유 등의 방법으로… 30%를 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해석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프랑스는 인수·합병으로 점유율이 30%를 넘는 경우만 규제한다는 뜻이지 신문사간 경쟁을 통해 점유율이 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리당은 "획득·점유는 인수·합병 만이 아니라 자연스런 성장도 포괄하고 있어 30%를 넘는 경우는 규제 대상"이라고 해석한다.
우리당은 또 프랑스 외에 1개 신문의 전국 시장 20% 이상 점유를 규제하는 이탈리아, 매출액 규모가 2,500만 마르크 이상인 신문사의 타 신문사 인수를 규제하는 독일 사례도 들고 있다. 우리당은 "선진국의 경우 신문사의 과도한 점유율을 어떤 형태로든 규제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부분 선진국은 인수·합병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하는 규제일 뿐 여당안처럼 과격한 규제는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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