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1999년 2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에 발행한 데 대해 법원이 "장외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2000년 2월 참여연대가 삼성SDS 임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장외 시장가격을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정을 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25일 재용씨 등 이 회장의 네 자녀와 삼성 구조조정본부 임원 2명이 용산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443억원의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재판부는 "당시 다수 사람들이 장외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거래를 했고 이후에도 거래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점이 인정된다"며 "장외시장에서 거래됐더라도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객관적인 가치가 반영됐다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삼성SDS가 재용씨 등에게 주당 7,150원에 BW를 발행하자 2001년 7월 장외 시장가격인 5만5,000원을 기준으로 그 차액을 편법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443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공정거래위가 이 사건과 관련해 삼성SDS에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지난 9월 "부(富)의 세대간 이전이 이뤄졌다는 것만으로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했다.
한편 이 사건과는 별개로 삼성에버랜드 허태학 전 사장과 박노빈 현 사장이 재용씨 남매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장외 거래가격(주당 8만5,000원)보다 훨씬 싼 주당 7,700원에 배정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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