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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인생 70년’기념공연 이매방/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 소리 들어야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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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인생 70년’기념공연 이매방/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 소리 들어야 춤"

입력
200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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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외길을 걷는 것은 고단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을 추구하는 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이지." 전통춤의 명인 이매방(77)은 스스로 그리 말한다. 우리춤의 원형을 고집스레 지키면서 평생 한눈 한번 판 적 없고,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만들고 손질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난스런 성벽을 지녔으니, 아무리 좋아서 들어선 춤꾼의 길이라지만 고단함이 오죽 했으랴. 전통예술을 멸시하던 예전엔 남자가 춤춘다고 하니까 별별 요상한 소리를 다 들었고, 먹고 살기도 쉽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았다. 그러나 오직 춤 하나만 붙들고 산 그 긴 세월은 그를 우리춤의 으뜸가는 거목으로 우뚝 세웠다.일곱 살 때부터 정식으로 춤을 배웠으니 춤꾼으로 산지 70년. 그의 춤은 우리 춤의 원형을 오롯이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의 보유자이고, 여러개의 북을 늘어놓고 추는 북춤을 처음 만들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제자를 길러낸 스승이기도 하다. 그의 춤은 진득한 맛이 천하일품이다. 서러울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운 살풀이춤이며, 번뇌에서 법열로 나아가는 승무의 깊고도 뜨거운 에너지는 따를 자가 없다.

12월 3일(오후7시30분), 4일(오후5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춤인생 70년 기념공연은 어쩌면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3년 전 위암수술을 받은 뒤, 체중이 15 Kg이나 빠져서 몸이 좋지 않다. 이번공연도 제자들 성화에 하게 됐다. 승무와 살풀이춤은 직접 추고, ‘보렴무’ ‘기원무’ ‘초립동’ ‘무당춤’ ‘소고춤’ 등은 제자들이 춘다.

서울 양재동 그의 집에서는 연습이 한창이다. 직접 장구를 잡고 장단을 치면서 제자들을 지도한다. ‘제자들 귀 틔워주려고’ 굳이 사서 하는 고생이다. 몸은 작고 야위었어도 눈매는 여전히 매섭고 호령은 서릿발 같다. "장단이 안 맞어"하고 소리를 꽥 지르니, 제자들이 움찔한다. "무대가 어떤 덴 줄 알어? 사형대에서 사형을 당하느냐 마느냐여. 그만큼 공들이고 준비해서 ‘야, 참 잘 춘다’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 소리를 들어야지. 요즘 젊은 색시들은 무대를 가소롭게 아는데, 무대가 무슨 장날 놀이터인 줄 알어? 그게 무슨 춤이여, 애들 장난이고 지랄이지. 평소 연습도 열심히 안 하다가 공연할 때면 얼굴 내밀려는 것들이 한둘인 줄 알어? 나쁜 X들."

비위 틀리면 사정없이 욕을 퍼붓기로 유명한 그의 질타는 춤을 볼 준비가 안 된 무례한 관객한테도 쏟아진다. "남은 무대에서 열심히 춤추는데, 코 골고 껌 씹고 박수 치면 안 되는 데서 한 X이 박수 치면 다들 따라 치고, 아직 꺼정도 한마디로 개판이야."

그는 1927년 전남 목포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누나들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경대 앞에서 춤을 추던 꼬마는 옆집 살던 목포 권번장의 권유로 일곱 살부터 권번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집안의 할아버지 뻘 되는 호남춤의 명인 이대조로부터 승무, 박용구로부터 승무와 북, 이창조로부터 검무를 익혔다. 초등학교 시절 5년여 만주에 살 때, 중국 경극의 전설적 무용가 매란방을 만나 칼춤과 등불춤을 배웠다. 매란방의 삶과 춤에 깊이 매료되어 훗날 ‘규태’라는 본명을 버리고 ‘매방’으로 이름도 바꿨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60년이지만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은 60대를 넘겨서다. 우리 전통춤의 참맛을 그는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으로 요약한다. "배꼽 아래가 정(靜)이고, 그 위가 동(動)이여. 정(靜)은 여자고 밤이고 음(陰)이고, 동(動)은 남자고 낮이고 양(陽)이지. 남의 나라 춤에는 그런 정(靜)이 없어. 전부 동(動)이야. 활발하고 명랑하지만 조용하고 요염한 건 볼 수가 없지. 장삼을 크게 뿌리고 작게 뿌리고 하는 대삼, 소삼 그것도 내내 음양이여."

평생 춤에 바친 명인의 식지 않은 열정과, 추고 또 춰서 곰삭은 그 춤을 다시 보는 것은 관객에게 축복이다. (02)338-642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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