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주요인사 초청 만찬에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 헌재가 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을 내린 뒤 노 대통령이 헌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아왔던 터라서 일부러 뺀 게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그 동안 비슷한 성격의 청와대 행사에 5부요인의 한 사람으로서 헌재소장이 늘 초청을 받았기에 한층 의구심이 든다. 청와대측은 당초 "참석자가 많아서"라고 해명했는데 어제 김종민 대변인은 "참석자 수가 많고 적음 때문이 아니다. 3권분립에 맞춰 3부요인이라는 의전적 카테고리가 있는 것"이라고 다르게 설명했다.청와대의 해명이 앞뒤가 안 맞고 헌재소장이 사실상 대법원장과 같은 격으로 예우를 받아왔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청와대의 주요인사 초청기준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일부러라도 이런 기회에 헌재소장을 초청해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하도록 했다면 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으로 생겼던 앙금을 털고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수 있었지 않느냐는 아쉬움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한번 자리를 같이 한다 해서 뿌리 깊은 인식 차가 해소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분열된 사회의 통합을 적극 지향해야 마땅하며 국민들은 대통령이 앞장서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대범한 포용정치를 펼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믿는다.
이 와중에 노 대통령이 이 달 초 부산상고 동문들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 녹지원으로 초청, 다과회를 베풀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경위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대통령이 이 엄혹한 시기에 고교 동문 인연을 챙긴 여유를 생각하면, 이번 청와대 만찬 초청에 헌재소장을 포함시킬 여유는 왜 없었는지 또 한번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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