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에만 매달리는 구태는 버려라. 돈 되는 사업은 뭐든지 한다.’대한송유관공사가 고정관념을 깬 기발한 신규사업으로 만년 적자회사에서 탈피, 알짜회사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전국에 매설된 송유관을 통해 정유회사의 석유제품을 대도시에 공급해 주는 송유관공사는 1990년에 설립됐지만 민영화되기 직전인 2000년까지 누적적자 1,580억원, 부채 6,589억원의 부실기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 1,300여억원, 순이익이 400억원이 넘는 알짜 회사로 변모했다. 연말까지 1,700억원의 순 부채를 상환하면 342%에 이르던 부채비율도 19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1년 1월 SK㈜를 최대주주로 민영화하면서 대한송유관공사는 거듭나기 시작했다. 첫 민영회사 사장으로 부임한 조헌제 대표의 일성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악"이라는 것이었다. 우선 집을 비워 장사를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에 있는 지상 3층 본관건물을 비워 교육시설을 만들고 연수원사업을 시작했다. 연수원은 회사에 연 24억을 벌어주고 있다.
이듬해인 2002년엔 27만평에 달하는 사업장을 활용한 물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유휴건물은 창고로, 노는 땅은 물류지로 임대하고 물건을 보관·관리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제3자물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물류사업은 이제 연 30억원을 벌어주는 캐시카우(cash-cow)가 됐다.
신규사업에 재미를 붙인 회사는 지난해엔 식품사업에도 손을 댔다. ‘워터듀(water Dew)’란 브랜드의 20ℓ짜리 생수를 기업체에 공급하다가 최근엔 0.5ℓ, 0.35ℓ짜리 페트병을 주유소에 넣고 있다. 무공해 유기농 사업도 시작했다. 회사 앞마당에 유정란 공급을 위한 사육장을 만들어 닭도 키우고 있다. 회사는 마늘, 토마토, 브로컬리 등 무공해 건강식품을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구상중이다.이 달 초에는 자동차종합서비스사업(ACS)을 정식 런칭했다. 폐차대행, 중고차매매, 렌터카, 자동차수리인증 등을 통해 벌써 수익을 내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러한 신규사업을 통한 사업구조조정과 효율화로 민영화 당시 330여명이던 인원을 한 사람도 감원하지 않고 재배치해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조헌제 사장은 "더 큰 성과를 위해 변혁과 혁신을 계속 할 것"이라며 "송유관 사업을 비롯한 종합물류사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조만간 회사이름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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