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권씨 종가의 종손으로 정의감에 불타는 신세대 검사 혁준(‘낭랑18세’)과 "이 안에 너 있다"는 명대사를 남긴 재벌가의 반항아 수혁(‘파리의 연인’), 그리고 12월 1일 첫 방송하는 SBS ‘유리화’(극복 박혜경, 연출 이창순)에서 첫사랑 지수(김하늘)를 향해 사랑을 태우는 재일동포 재벌 2세 동주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은 잘 생겼지만 개성 없는 그저 그런 연기자로 비쳤던 이동건(24)이 어느새 ‘만인의 연인’ 자리를 넘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벅찬 한 해였는데, 다른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그냥 ‘이젠 배우 같아 보인다’는 소리만 들었으면 해요."말은 그래도 나름의 생각은 깊어 가는 듯 싶다. 요즘 그가 극중에서 주로 보여주는 모습이 현실에는 도무지 없을 것 같은 이상적인 ‘왕자’ 캐릭터 아니냐고 슬쩍 꼬집자 "리얼리티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인물 자체의 설정이 허구적이기 때문에 작은 몸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제가 맡은 캐릭터가 엄마, 아빠가 있고 지금 숨쉬고 있는 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신경을 써요."
‘유리화’는 진한 우정을 나눴으며 고아에서 졸지에 재벌 2세로 신분 상승한 것까지 똑같은 동주와 기태(김성수)가 지수를 놓고 벌이는 사랑 이야기.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 같은 상투적인 소재가 등장하고 그래서 뻔한 드라마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동건의 해석은 달랐다.
"진짜 ‘멜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요즘 트렌디 드라마 보면 물론 사랑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전후좌우에 배치된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많거든요. 이창순 PD가 지켜온 멜로의 강렬한 색깔이 좋더라구요.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은 작품이에요."
그는 이번에 ‘파리의 연인’ 수혁 냄새를 조금은 떨쳐버리고 싶은 듯 했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에 맡은 동주 역은 수혁보다는 기주(박신양)에 가까운 인물이에요. 가끔씩 차갑고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은 실제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게 치면 그는 그동안 ‘연기’를 해 온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아주 조금씩 우리에게 보여줘 온 셈이다. "혁준은 실제로 제가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수혁은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저랑 닮았죠."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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