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 전날로 돌아간다면 형들이 아무리 간곡히 부탁해도 안 들어 줬을 겁니다."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에서 ‘중계자’로 가담했던 광주지역 고교생들이 24일 경찰에 자발적으로 반성문을 제출, 뒤늦은 후회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광주 동부경찰서에 친필로 A4용지 1~3장가량의 반성문을 써 보낸 학생들은 전날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던 K고 2학년생 26명. 선배들의 요구에 따라 수능 당시 고시원에서 휴대폰으로 송신되는 답안을 취합, 다시 보내주는 역할을 맡았던 학생들이다.
A군은 "이토록 사회적 파장이 클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며 "선배들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해 인생에 오점을 남겼고, 전과기록과 함께 매스컴에까지 오르게 됐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A군은 반성문 말미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고는 "제 이름 석자와 마지막 남은 양심으로 더 이상 사고 치지 않고 착실히 살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B군은 "끝까지 형들 부탁을 뿌리쳤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정말 후회된다"며 "이번에 가담한 2학년 모두 끝까지 거부하지 못한 점 마음 속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C군은 "이번 일에 대한 징계를 마땅히 받을 것이며, 법을 어김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그로 인해서 징계받는 것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모두 재학생이고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워 ‘반성의 정’이 처벌 수위에 감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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