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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음료수 캔이 원기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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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음료수 캔이 원기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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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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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수능 관련 상품 중 큰 주목을 받은 것이 네모 상자 모양의 ‘합격 사과’이다.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 아크릴 상자를 씌워 상자 모양이 되도록 키운 이 사과는 통념을 깨는 모양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상자 모양으로 조작된 사과의 원래 모양은 구(球)에 가깝다. 그런데 구(球)는 동일한 부피를 갖는 입체도형 중에서 겉넓이가 최소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입체도형인 구(球)의 평면도형 버전인 원(圓)도 비슷한 성질을 갖는다. 동일한 둘레를 갖는 평면도형 중 넓이가 최대인 것을 구하는 문제를 ‘등주(等周)문제’라고 하는데, 답은 물론 원이다. 등주문제는 현재의 레바논 남쪽에 위치한 티레의 여왕 디도가 땅을 교환하는 문제에서 비롯돼 ‘디도의 문제(Dido’s problem)’라고도 한다.

이 문제는 야곱 베르누이, 라그랑주 등 많은 수학자들이 탐구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원은 동일한 넓이를 갖는 평면도형 중 둘레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도형이다. 이런 성질을 응용한 것이 원기둥 모양의 음료수 캔이다. 음료수 캔이 각기둥이라면 캔을 잡았을 때 뾰족한 모서리가 느껴지기 때문에 둥근 원기둥을 택했을 수도 있으나, 원기둥은 용기를 만드는 재료를 절약할 수 있는 도형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음료수 캔의 밑면이 정삼각형, 정사각형, 원 모양인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보자. 각 도형의 넓이가 100㎠일 때 정삼각형의 둘레는 45.6cm, 정사각형의 둘레는 40cm, 원의 둘레는 35.4cm가 된다. 밑면을 정삼각형, 정사각형, 원으로 하는 기둥의 부피는 밑면의 넓이와 높이를 곱한 것이므로, 이 세 가지 기둥에 담기는 내용물의 부피는 같다. 그러나 겉넓이에서는 차이가 생긴다. 기둥의 옆면을 이루는 부분의 넓이는 ‘밑면의 둘레×높이’이기 때문에 밑면이 원 모양인 원기둥일 때 옆면의 넓이가 가장 작다.

따라서 원기둥일 때 전체적인 겉넓이가 최소이며, 용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도 최소가 된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동일한 부피를 갖는 입체도형 중 겉넓이가 작은 것은 구(球)이지만, 안정적으로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원기둥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꼭꼭 씹어 넘겨야 소화가 잘된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도 수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식물 알갱이가 반지름이 R인 구 모양이라고 할 때 그 부피는 (4/3)×π R³ 이다. 구의 반지름을 1/2로 줄이면 부피는 1/8이 되므로, 하나의 구를 반지름이 원래의 절반인 8개의 구로 나누어도 부피는 그대로이다. 한편 반지름이 R인 원래 구의 겉넓이는 4 π R² 이므로 반지름이 R/2인 구의 겉넓이는 π R² 이 된다. 따라서 8개로 나눈 작은 구들의 겉넓이를 합하면 8 π R² 이 된다. 그러므로 음식물을 작은 알갱이로 분해해 위장으로 보낼수록 알갱이의 겉넓이, 즉 음식물과 소화액의 닿는 부분이 넓어져 소화가 잘된다.

도형의 길이와 넓이와 부피의 비를 고려하면 일상적인 경험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누나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할 때 처음에는 천천히 줄어들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은 듯 갑자기 줄어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비누는 직육면체이므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2로 줄어들면 비누의 부피는 1/8이 된다. 또 두루마리 휴지의 반지름이 1/2로 줄면 휴지의 길이를 결정하는 원의 넓이는 1/4이 된다. 따라서 사용하다 보면 닳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고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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