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기간 동안 주공 아파트의 질을 높이는데 전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조사비 등 사적인 지출은 개인 돈으로 쓸 것을 약속합니다"신임 한행수(59·사진) 대한주택공사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파격적인 자정 노력 실천을 선언했다. 한 사장은 23일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공에 대한 외부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재임 기간 중 경조사비, 후원금 등 사적인 것과 연관된 지출은 개인 돈으로 충당하는 등 ‘정도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사장은 "공기업 사장이 되면 비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공금을 유용했던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며 "그러나 누군가는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실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재임 초기에 은행에 개인 돈을 예치한 뒤 이를 가져다 쓰겠다"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재임 기간 중 최대 목표를 "후손들로부터 비난 받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집을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주공 아파트 하면 ‘싸지만 아파트 질은 별로’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깊게 깔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주공 아파트는 첨단 정보기술(IT) 설비를 갖춘 수준 높은 아파트가 될 것입니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는 높은 분양가를 받는 일반 아파트에 다소 뒤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공은 자체 사업을 통해 입지 선정 등 일반업체가 따라 올 수 없는 배타적인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또 대량 생산을 통해 자재 등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습니다. 현재 평면이나 단지 구성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일반 아파트에 뒤질 이유가 없습니다. 솔직히 (일반업체와) 한 판 붙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 사장은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는 찬성하지만 분양원가 공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만 원가연동제나 분양가 상한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택은 시장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재화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재화입니다. 정부는 원가연동제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주택가격에 간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장은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인상은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공이 서민들을 거리로 내보내서는 안된다"며 "현재는 물가인상에 연동해 올리고 있지만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주변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낮은 곳만 선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을 사내외에서 공개 경쟁을 통해 채용하는 ‘임원 공모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 사장은 "이번 인사부터 사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내외에서 가장 유능한 적임자를 공개 경쟁을 통해 발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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