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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법안 해법은] (1) 과거사 진상 규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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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법안 해법은] (1) 과거사 진상 규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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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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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대 법안’을 관철시키려는 열린우리당과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한나라당의 전투가 시작됐다. 그 동안 싸움이 당 차원의 공중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국회에서의 보병전이다. 정기국회 폐회(내달 9일)가 다가올수록 전투는 격렬한 양상을 열 것이다. 충돌과 파행을 막을 해법은 없는가. 4대 법안에 대한 양당의 입장과 타협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여야 쟁점과 전망

4대 법안 가운데 그나마 여야 절충이 가능한 것으로 꼽히는 게 과거사 규명 법안이다. 과거사 규명과 청산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고,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과는 달리 이?당사자들의 반발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머지 3개 법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 조건이 낫다는 것이지, 전망이 밝다는 뜻은 아니다

양당 간 가장 큰 쟁점은 조사위원회의 성격과 권한 문제. 열린우리당은 조사위를 국가인권위처럼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만들어 영장청구 의뢰권, 동행명령권 등 강력한 조사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조사위를 학술원 산하 연구위원회 성격으로 구성하자는 주장이고, 강제 조사에도 반대한다. 우리당 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에, 한나라당 안이 교육위에 따로 제출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이는 과거사 규명의 효율성과 정치적 중립성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관한 양당의 확연한 입장차를 말해준다. 열린우리당은 "조사위를 학술원 산하에 두자는 것은 조사권을 무력화해 과거사 청산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권력을 동원, 한나라당을 과거와 연관지어 흠집 내려 한다"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조사 위원의 자격요건이나, 조사범위 등에 관한 여러 이견은 절충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은 양당이 양보불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위원회 성격 및 권한 문제 때문이다. 우리당은 당초 이번 주 중 법안을 행자위에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24일 양당 원탁회의가 개최됨에 따라 다음 주로 상정을 미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남아공 ‘진실과 화해위원회’

과거사 청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나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과거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한 인권 침해의 진상을 밝히기위해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산하에 인권침해위, 사면위, 보상 및 명예회복위 등 3개 소위를 구성해 약 3년 동안 2만1,300여건의 진정 사건을 조사해 305만명이 인권 침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원회는 특히 가해자라 하더라도 진실을 증언할 경우 사면토록 했고,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에도 큰 힘을 쏟았다.

위원회가 2년여에 걸쳐 연 청문회를 통해 수천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이 잇달아 어두웠던 과거사가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이 같은 남아공의 역사청산 작업은 오랜 흑백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과거사 법안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과거사 청산의 모델로 남아공의 사례를 들고 있다는 점.

다만 열린우리당은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독립적 국가기구로서, 수사권과 소환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남아공의 역사청산 작업이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추진됐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 보다는 사면과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송용창기자

■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 진실 위에서만 相生이 가능

내년은 을사조약 100주년, 광복 60주년 그리고 한일협약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 묵은 오욕의 역사,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고 어찌 반만년 역사를 영위하는 세계 문화민족이요,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식민지 지배, 남북 분단, 전쟁, 권위주의 독재체제, 군사쿠데타 등으로 얼룩진 지난 백년은 이 민족에게 실로 부끄럽고 잘못된 역사였다. 그 사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과 침해사건, 국가의 불법행위가 수 없이 자행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건전한 시장경제는 설 자리가 없었다. 이처럼 반민족, 반민주, 반인권으로 얼룩진 100년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여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 정통성 확립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역사의 추를 거꾸로 돌리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고 성숙한 민주주의와 건전한 자유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이다. 진실의 바탕 위에서 화해하고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경제도 어려운데 왜 지금이냐고 하는데, 과거 청산은 민생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경제 확립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진실규명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으로 경제발전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과거 청산이 국론분열을 부추긴다고 하지만, 해방 이후 60년간 과거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론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청산은 국가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과업이므로 진상규명 기구는 당연히 충분한 조사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국가기구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국가의 권위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진실규명과 화해를 이루어 내야 한다.

과거 청산을 학술원 산하의 민간기구나 역사학자에게 맡겨서 역사를 연구하게 하자는 것은 국가의 직무포기이며 과거 청산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며 과거 청산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거 청산은 진실과 화해, 국민통합의 방법으로 진행되므로 보복이나 처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과거 청산의 우선적 과제는 철저한 진실규명이므로 이를 방해 억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만을 상정하고 있다. 진실규명을 바탕으로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을 하고 가해자나 부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감경 또는 배제하는 한편 기념위령사업과 교육 등 화해조치를 통하여 국론분열이 아니라 국민통합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청산은 전면적 포괄적으로 적절히 빠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한다. 올바른 과거 청산은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조사하되 화합을 목표로 해야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는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말이다. 즉,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에 대비한다는 역사관이다.

달리 말하면 같은 과거사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에 따라 천차만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인식과 미래를 위해 과거를 어떻게 활용하고 귀감으로 삼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특정권력과 집단에 의해 의도된 해석이 결코 역사가 아니다. 결국 역사란 역사학자의 평가 몫이고 구성원이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를 역사에 맡겨야지, 법으로 역사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특정권력이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단하는 정치적 의도에 의한 과거사 조사는 없었다.

하지만 여당의 과거사법안은 과거의 어두운 부분만을 부각시켜 국민간 갈등을 유발시키는 내용만으로 돼 있다. 위원회가 결정하기만 하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여 마구 조사하도록 했고, 조사대상에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포함, 정치적으로 이용 가능한 사건은 다 조사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시효가 지난 역사적 사실을 사법적인, 강제적인 방법으로 조사하는 것은 위헌적이고 초법적인 발상이다. 최장 6년간 이 같은 과거사 조사가 지속되면 정치적인 공방과 국민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돼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고 민생은 파탄 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정국을 보면 여당은 과거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당면 현안인 경제 등 산적한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마치 과거사 정리가 개혁이고 민생문제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50여년이 지난 역사를 들춰내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경제회생을 위한 국정과제의 우선 순위가 될 수는 없다. 여당의 목적은 과거사를 조사해서 한나라당을 과거에 뿌리를 둔 죄과가 많은 정당으로 이미지를 덧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과거를 무조건 덮자는 것이 아니다. 조사하되 초법적인 발상이 아니라 법 테두리 내에서 조사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것은 세우되 갈등이 아니라 화해와 화합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위원회의 구성과 조사방법, 권한에 있어서도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지키는 등 현행법을 존중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역사의 공과를 균형있게 조사하기 위해 항일운동과 해외동포사 등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특정 이념에 기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정권과 관련된 각종 사건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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