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3일 부정행위 가담자가 100여명 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다 광주지역에서 대리시험까지 적발돼 사건이 대규모 ‘커닝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던 경찰은 증폭되는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을 선언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경찰은 그 동안 수험생들의 부정행위 ‘대물림’과 학부모 개입 정황 등을 발견하고서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부정행위에 연루된 일부 수험생들이 언론을 통해 경찰 진술 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발언을 계속하면서 수사 종결 선언 하루 만에 방향을 급선회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우선 "전체 가담자가 141명이라는 경찰 발표와는 달리 실제 연루자는 240여명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번에 중계자로 참여한 대학생도 경찰이 밝힌 7명이 아니라 20명 가량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들 대학생 20명은 지난해 돈을 내고 답안을 받았으며, 이 같은 선·후배간 커닝 수법의 ‘대물림’이 수년간 이어져왔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언론에 이같이 밝히면서 "경찰이 이런 문제는 물어보지도 않아 진술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의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엎는 발언이 나오자 경찰은 가담자들을 재소환해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사건 모의과정에 학부모가 개입·묵인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풀어야 할 사안이다. 경찰은 이미 일부 학생으로부터 "커닝 자금을 부모로부터 타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이 30만~90만원이라는 큰 돈을 요구하는데 학부모들이 그냥 선뜻 내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학부모들의 개입이나 묵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설 것"이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진의 분위기는 수사확대에 여전히 부담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구나 부정행위 대물림의 경우 관련자를 파악한다고 해도 당시 휴대폰 사용 내역 등 통신 자료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지난해 누가 어느 시험장에서 어떻게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물증 없이는 사실상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인터넷을 통해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IP추적을 통해 관련 사실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사건 초기 부풀려진 전문 브로커 개입 의혹은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등에 제기되는 의혹을 풀만한 단서가 있는데 수사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작업을 거쳐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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