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장관은 23일 국무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민연금 발언파문을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 장관의 문제제기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청와대의 비공식 입장이 나온 뒤 첫 반응이었다.김 장관이 가장 비중을 두고 해명한 대목은 동기의 순수함이었다. 그는 "순전히 정책적인 문제 제기로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 ‘대중성 확보를 위한 행보’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 장관이 이처럼 발 빠르게 사과한 데는 더 이상 이 파문을 방치할 경우 정책혼선과 여권 내 갈등이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발언이 노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인식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컸던 것 같다. 그는 국무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정청이 순리대로 합의했다", "대통령을 뵙고 말씀 드렸으면 한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당혹감마저 읽혀졌다.
측근들도 해명에 적극 나섰다. 계보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의 문학진 사무총장은 "제발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기동민 정책보좌관은 "지금은 장관으로 한창 일할 때"라며 "독자행보도, 당 복귀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노 대통령이 ‘군기잡기’ 차원에서 문책 경고나 경질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할 경우 대처할 수단이 없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이 대권 국면도 아닌 상황에서 독자적 행보를 할 수도 없다. 내년 3월 전당대회에 승부를 거는 방법도 있지만 노 대통령과 척을 지면서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명분도, 시기도 적절치 않은 것이다. 현 시점에서 김 장관측의 선택 폭은 제한적이다. 결국 ‘충정에 의한 문제제기’라는 사실을 노 대통령에 명확히 알리는 것이 현실적인 답안으로 좁혀진다.
이런 맥락에서 김 장관의 측근 의원들도 노 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여권 핵심부에 ‘김근태의 충정’을 다각도로 전했다.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됐다. 그 때문인지 청와대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진 감도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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