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 교사가 22일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아래는 글 전문.
국민 여러분.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면서도 설마 했던 일이 결국 대명천지에 드러났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순수한 이상과 원대한 꿈을 꾸면서 진실을 추구하고 진리를 탐구해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동량지재들이 범죄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제자들이,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 민족의 미래들이 오늘 뉴스화면을 시커멓게 장식하고 얼굴을 가린 채 호송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차마 얼굴을 들고 뉴스화면을 볼 수 없었습니다. 감히 제가 교탁 위에서 아이들을 향해 무엇을 가르친단 말입니까? 저는 입만 열면 경쟁을 외치고, 손만 들면 점수 잘 받는 법을 칠판에 썼습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도 "괜찮아"를 반복하며,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절거림으로 아이들을 몰아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또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핑계로 참으로 열심히 점수따기 교육을 해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히 누구에게 죗값을 돌리겠습니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진실을 가르치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 가르치지 못했던 이 형편없는 선생놈의 잘못입니다. 제도를 탓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모두 사람의 잘못입니다. 사람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간판이 들어서 있고, 인격이 바로 서야 할 자리에 외모가 들어서 있고, 용기와 양심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특권과 물질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가를 따지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를 따졌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그 아이들의 학교에도 돌을 던지지 마십시오. 모두 이 못난 선생에게 던지십시오.
국민 여러분, 정말 우리나라 교육부가 이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통탄하며 국민에게 사죄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제도 개선이니 방지 대책이니 떠들고 있습니다. 3년 응시제한이라니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우리가 못난 관계로 정말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정부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교육단체들이 이래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권을 위해서, 자기들의 특권 사수를 위해서, 철밥통을 위해서, 휴가 하루 더 얻기 위해서, 정년단축 철회를 위해서 그리도 똘똘 뭉쳐 붉은 띠 휘두르던 그들이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얼마나 양심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선언문 문구를 다듬고 있답니까? 당장 광장으로 달려 나와 무릎 꿇고 사죄하지 않는 한 그러한 모든 단체 역시 사이비입니다.
국민 여러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교사인 저의 잘못입니다. 분노하시고 질책하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정말 잘 가르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 주십시오. 교사들의 대오각성만이, 그리고 그들을 믿는 국민 여러분만이 이 위기를 극복해 갈 수 있습니다. 준엄한 판단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시고 냉철한 판단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정말 우리 교육을 완전히 해체해 새로운 틀을 짤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부모님 곁을 떠나 차디찬 세상의 창안에 갇혀 울고 있을 저 아이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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