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운보의 ‘성춘향’ 연작 첫 공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운보의 ‘성춘향’ 연작 첫 공개

입력
2004.11.24 00:00
0 0

‘바보산수’‘청록산수’등으로 20세기 한국화의 독보적 경지를 개척한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 화백이 1951년 피란지인 전북 군산에서 그린 ‘성춘향’ 연작이 21일 처음 공개됐다.동산방화랑 박우홍 대표가 최근 구입해 한국일보에 공개한 ‘성춘향’ 연작 12점은 각각 58.5㎝×38.5㎝ 크기로 비단에 채색, 12폭 병풍으로 만든 작품. 이몽룡이 광한루에서 멀리 그네 뛰는 춘향을 바라보는 장면부터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춘향과 재회하는 것까지 ‘춘향전’의 주요 장면을 12개로 나눠 그렸다. 마지막 장면에 ‘신묘중추(辛卯中秋) 어구암장(於龜岩莊)’(1951년 추석, 구암장에서)이라고 제작 연도와 장소도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성춘향’ 연작은 드로잉까지 포함해 10만여 점으로 추정되는 운보의 방대한 작품 중에서 52년 성화 ‘예수의 생애’ 30점과 더불어 보기 드문 연작으로, 50년대 초반 당시 운보가 대가로서 면모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광복 후 일제시기 화풍을 청산한 운보는 70년대 이후 초록색으로 우리 산하를 표현한 ‘청록산수’와 민화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바보산수’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변했으나, 이런 그의 독창적 작품세계의 토대는 50년대에 마련됐다.

한국전쟁 발발 후 처가가 있는 전북 군산의 구암동에서 보낸 피란 시기에도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한 그는 처음에는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꾸렸으나 차츰 생활이 안정되며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를 재현하거나 피란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보리타작 ‘복덕방’ 등의 일상을 그렸다. 이 시기에 그린 수태고지부터 부활에 이르는 예수의 일대기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복 차림의 인물을 등장시켜 파노라마처럼 전개한, 성화 연작 ‘예수의 생애’는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역작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성춘향’ 연작은 운보가 피란생활을 후원한 백화양조 강정준(1915~2001)사장에게 그려줘, 강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소장해왔다. 운보가 실경을 작품으로 남기기도 한 ‘구암장’도 강씨로부터 제공받은 한옥이었다는 것.

‘성춘향’ 연작은 꼼꼼한 밑그림 등 치밀한 준비를 거쳐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운보는 우리 고전소설을 작품의 소재로 다룬 적이 거의 없으나 유독 ‘춘향전’을 소재로 한 작품은 60년대 들어 몇 편 남겼다. 박 대표는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을 그린 ‘성춘향’이나 ‘암행어사 출두’ 같은 그림은 그간 공개되지 않은 ‘성춘향’ 연작을 모태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