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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유행가를 부르며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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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유행가를 부르며 가을을 보낸다

입력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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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잔디 위에 황금빛 물결이 일던 그 머물 수 없던 시절, 꽃이 지고 젊음은 약속없이 갔다. (송창식의 ‘날이 갈수록’)가을날 공원에서 노래하던 우리들 사랑도 나뭇잎에 덮여 덧없이 사라져갔다. 그리하여 이제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와 입술의 추억은 내 서늘한 가슴에 남아있다.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샛노란 은행잎이 가엾이 지던 때, 철없이 울던 그대는 못견디게 외로웠으며(문정선의 ‘나의 노래’), 낙엽이 쌓이는 날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길 원하던, 수신자 없는 청춘의 편지는 어디로 부쳐졌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김민기의 ‘가을편지’)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던 날, 그 바람의 길 따라 꽃잎은 무심히 피고 졌고, 사랑이 머무는 길엔 기쁨보다 외로움이 쌓였다. (따로 또 같이의 ‘바람이 흐르는 길’)

낙엽은 이미 타버리고, 그 재 속에 숨어있는 불씨의 추억 속에서 인생은 그래도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조용필 ‘바람이 전하는 말’)

이제 모든 것이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는, 쓸쓸한 선술집에서 옛사랑 못 잊어 눈물지을 것이며,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그리움을 한잔 술로 달랠 것이다. (김현식의 ‘빗속의 연가’)

지나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픈 사람들은, 지금쯤 어딘가에서 창문을 열고 가을하늘에 편지를 쓰고 있을 것이다. (김광석의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물기어린 목소리로 청춘의 비감을 노래하던 그 가객들도 모두 노래처럼 청춘을 떠나보냈다. 몇은 생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어느 가을인들 쓸쓸하지 않으랴. 침잠과 소멸 속으로 떠나는 이 슬픈 순정의 계절에 눈시울이 젖어 들 때까지 잊혀진 유행가를 불러보자. 뙤약볕처럼 쨍쨍거리던 우리들 ‘성하의 청춘’은 갔다.

이주엽 음반기획사 J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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