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이 끝난 지 두 세대가 지났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과거가 자신들이 지금 서 있는 토대라는 인식이 부족해요. 홀로코스트(인종대학살)를 겪은 세대가 차츰 사라지는 현실은 도덕적, 문화적, 교육적 진공상태를 초래하지요. 유대인이든 아니든 홀로코스트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의무입니다. 야드 바셈 박물관은 젊은 세대가 더 이상 역사를 잊기 전에 나머지 희생자 300만 명의 명단을 추적해 낼 것입니다."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320만 명의 명단과 신상정보를 22일 인터넷 웹 사이트(www.yadvashem.org)에 공개한 이스라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장 아브네르 샬레브(65)씨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그나마 할 일의 반은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사이트는 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한 가장 규모가 크고 상세한 데이터 베이스다. 일본군대위안부와 징용이라는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이트 희생자 명단에서 다윗 에르게를 클릭하면 파일 번호 PO-1613이라고 된 내용이 뜬다. "… 나는 다윗 에르게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었다는 것을 남들에게 기억시키고 싶다. 1941년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에서 다윗 에르게가."
이 편지는 유대계 폴란드 청년 에르게가 1941년 7월 19세의 꽃다운 나이로 독일군에게 총살당하기 직전 빌뉴스에서 만난 여자친구 엘자에게 보낸 엽서다. 엘자는 훗날 이 엽서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샬레브 관장은 10년 전부터 데이터 베이스화 작업을 기획하고 지휘했다. 그 자신도 폴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친척들이 수용소에서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1,500명을 투입해 문서화 된 증언을 디지털 정보로 바꿨습니다. 이는 조상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이자 경의를 표하는 작업입니다."
총 320만 명분의 데이터 베이스는 생존자와 희생자의 가족, 친구로부터 얻거나 각국 해외 추방 인구 조사에서 근거를 찾았다. 영어와 히브리어로 된 정보는 생년월일, 결혼 관련 정보, 사라지기 직전의 거주지, 사망날짜를 포함한다. 어떤 경우는 국외로 추방될 때 탔던 기차의 번호나 수용소에 들어갈 때의 죄수번호도 들어 있다.
이런 대작업을 하는 데 2,200만 달러(약 230억 원)가 들었다.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개인 기부금과 박물관 예산, 스위스은행의 희생자 명단 프로젝트 지원금 등으로 충당했다.
이런 샬레브 관장이 지난 2월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북한이 정치범들을 가스실에 몰아 넣어 죽인다는 혐의가 있으니 유엔이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홀로코스트를 겪은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의 역사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추모관 입구에 적힌 구절이 말해준다.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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