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미국의 6자 회담에 대한 기본입장은 ‘장외 경기’는 없다는 것이다.미국의 이런 입장은 두 가지 원칙을 전제로 한다. 우선 미국은 6월 3차 6자 회담에서 북한에 제시한 협상안을 4차 회담 전에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6월 협상안 제시를 통해 상당히 유연성을 보였는데도 북한이 이 안에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4차 회담이 공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일본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미국의 제안은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북한이 국제사찰을 받는 방식의 핵 폐기를 받아들이면 대신 한·중·일·러시아가 매달 수만 톤의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대북불가침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등 상응조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북한으로부터 이 안에 대한 구체적 응답을 회담장에서 듣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것은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태도는 6자 회담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유연한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APEC 기간 미국은 일단 북한이 장내로 들어온다면 좀 더 유연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아 향후 6자 회담의 전망이 썩 어둡지 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정부 내에서도 6월 제안 중 핵 폐기 준비기간으로 3개월을 제시한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응 여부에 따라 6월 안에 보다 탄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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