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환율논의를 위해 전격 회동했지만, 구체적인 알맹이를 만들기 보다는 원화절상 심리를 조금이라도 잠재워보려는 ‘제스처’ 성격이 짙다. 이 부총리가 직접 요청한 만큼 한은의 시장개입 태도가 과거보다는 적극성을 띠게 됐지만,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 전까지 본격적인 ‘액션’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향후 예상되는 외환당국의 환율방어전략은 ‘게릴라성 개입’이다. 달러화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 폭락양상을 빚는 상황에선 가급적 손을 떼고, 시장이 조정·소강국면에 들어가면 개입에 나섬으로써 환율레벨을 끌어올리는 패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즉, 태풍이 불 때는 엎드려있고 비바람이 잠잠해지면 반격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선(戰線)을 밀고 가는 전술이다.
실제로 이날 외환당국은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폭락세가 다소 주춤해지자원·달러 환율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개입을 단행했다. 현재로선 외환당국이 환율하락 저지의 바리케이드를 어디에 설치했는지 확인키 어려우나, ‘1차 방어선은 1.060원이다’ ‘가능하다면 1,080원까지는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개입 주도권이 한은에 넘어온 것도 변수다. 지금까지 시장개입은 재경부(외국환평형기금)과 한은(발권력)이 함께 맡아왔지만,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 발행한도가 소진된 만큼 개입재원은 이제 한은이 돈을 찍어 달러를 매입하는 발권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한은은 물가당국으로서 통화증발을 수반하는 발권력 개입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올 3분기까지 재경부가 주도했던 ‘과감하고 저돌적인 시장개입’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결국 환율하락에 대해 당국의 대응은 제한적이고 방어적일 수 밖에 없으며, 국제외환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즉, 4월 이후 시장개입을 중단해온 일본이 ‘1달러=100엔’방어에 나선다면 달러화는 일시나마 강세반전이이뤄질 것이고, 우리나라도 이 때에 맞춰 개입을 단행해야 원·달러환율 레벨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장개입 어떻게/ 국고채·돈 발행해 달러 매입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재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옛 외평채)를 발행해 이 돈(외평기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 달러를 매입하는 것이다. 통상 시장개입은 두 가지 방식이 병행된다.
국고채를 통한 시장개입은 시장에서 조달한 돈으로 달러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증발 압력이 없는 대신 국가채무증가로 나타난다. 반면 발권력을 통한 시장개입은 그 자체가 통화량 증가이며, 한은은 이 돈을 흡수하기위해 통안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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