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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71> 金光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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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71> 金光均

입력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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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23일 시인 김광균이 79세로 작고했다. 김광균은 흔히 김기림정지용 장만영 이상 등과 함께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으로 묶인다. 그러나 30년대의 한국 모더니즘은 영미 주지주의-이미지즘의 영향을 받은 김기림 일파와 프랑스 다다이슴-초현실주의와 결이 비슷한 이상 일파의 서로 다른 시학적 경향을 묶어 부르는 이름일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일파가 그 내부에 다양한 세계의 시인들을 아우르고 있던 터여서, 일관된 문학정신을 공유한 시운동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그것은 해방 이후 모더니즘의 기치를 내걸고 공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낸 김수영 박인환 김경린 양병식이나 1980년대 이후의 대표적 모더니스트로 꼽히는 황지우 최승호 이성복 이하석 기형도 같은 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모더니즘은 때에 따라 전통 서정과 반동적 세계관까지도 품어 안는 먹성 좋은 모더니즘이었다.

개성 출신의 김광균은 송도상고를 졸업하고 ‘시인부락’ ‘자오선’ 등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김광균의 시에서 두드러졌던 도시 이미지와 공감각적 기법, 이미지의 공간적 조형 같은 특질들에서 김기림은 흄, 파운드, 엘리엇 등 주지주의자들과의 친화를 읽어내고 그를 모더니스트로 명명했다.김광균은 ‘와사등’(1939) ‘기항지’(1947) 등의 시집을 낸 뒤, 1950년대 들어 본격적 사업가가 되면서 작품활동을 거의 접다시피 했다. 제2시집이후 10여 년 만에 나온 ‘황혼가’(1969)가 그의 마지막 시집이다.

교과서에도 실려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의 전반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두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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