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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와 부시가 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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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와 부시가 어렸을 때

입력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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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랍 산유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제4차 중동전이 벌어지자, 산유국들은 곧바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우리석유수출국기구(OPEC) 10개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등에 석유 금수를 단행하고, 원유생산량 감축과 함께 가격을 인상한다.’ 그래서 2.59달러의 유가가 11.65달러로 1년 사이 4.5배나 급등했다.내가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때의 사정을 잘 기억하는 것은 그 무렵 우리집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석유 등잔을 썼으며, 또 거기에 대한 작은할머니의 논평 때문이었다. 석유가 수입되어 들어오는 품목이라는 걸 알고 있는 할머니는 “그놈들이 우리나라 촌사람들을 잡기 위해 전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태 후 전기가 들어왔을 때 작은할머니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래, 석유값을 올리든 뭘 올리든 맘대로 해라. 이제 우리 등잔 안 쓴다.” 작은할머니는 유가 인상의 영향을 등잔에 쓰는 석유값에만 한정하여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그때 아랍 산유국들의 힘이 막강했다. 요즘 이란 이라크 같지도 않았고, 부시도 그땐 아직 장가들기 전의 아이여서 그 일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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