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22일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54) 현 총리가 친 서방성향의 야당후보 빅토르 유쉬첸코(50) 전 총리를 누르고 대통령에 선출됐다.이에 따라 범 러시아 세력권에서 우크라이나의 이탈은 일단 저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수 만 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수도 키에프 자유광장 등 거리를 점거한 채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우크라이나가 한동안 선거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전체 투표의 99.11% 개표결과, 집권당 후보인 야누코비치 총리가 49.42%를 얻어 유쉬첸코 후보(46.69%)를 3% 가까이 앞서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출구조사에서 우세했던 유쉬첸코 후보의 지지자들은 북부 지역에서의 선거결과 조작의혹을 강력히 제기하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쉬첸코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의 자유선택이 침해 당한 사실을 유럽의회 등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며 외부와의 연계까지 시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유럽의회, 나토측도 22일 “이번 선거는 국제적인 민주선거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 당선자측은 “선거부정을 내세워 시위를 벌이는 것은 사회 불안을 야기하려는 쿠데타 적인 의도”라며 선거부정의혹을 일축했다.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의 후계자로 친 러 노선을 표방해온 야누코비치 당선자는 최근 거론돼온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유대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최근 “나토에 가입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군산 복합체가 도산할 수 있다”며 유럽으로의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만큼 러시아의 신임을 얻고 있는 그는 우크라이나 분리 움직임을 일단 제어하고 공고한 친러 기조 아래 대외 정책을 펼칠 것으로 판단된다.
야누코비치 당선자는 2002년 11월 총리 재직시 10% 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나. 앞으로 풀어가야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정부와 재벌의 부패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는 총리 재직시 정경유착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대선 공약으로 꼽았던 러시아어의 제2공용어 도입과 근로자와 연금 생활자의 급여인상도 내부적으로 이뤄야 할 숙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거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나무 토막처럼 반쪽으로 갈라진 국민여론을 통합ㆍ수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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