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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선 감전된 부하 구하고… 육군소령 살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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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선 감전된 부하 구하고… 육군소령 살신성인

입력
200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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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장교님 제발 눈 좀 떠보세요."19일 오전 9시께 육군 12사단 향로봉 대대의 야외 전술훈련장인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직계3거리. 고압전류에 감전된 부하를 구하고 쓰러진 이 대대 작전장교 김칠선(34) 소령은 부대원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4박5일 훈련을 마치고 철수하는 이날 아침 훈련장 인근에는 짙은 안개가 밀려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상황실 천막 밖에 세워둔 10㎙ 높이의 안테나를 철거하기 위해 들고있던 통신병 허석환(21) 상병은 안개 때문에 바로 위를 지나는 2만3,000볼트의 고압전선을 보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안테나가 전선에 닿았고,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허 상병은 바로 튕겨져 나가 큰 부상을 면했다. 그러나 고압전류는 안테나와 연결된 전선을 타고 천막 안 무전기로 흘러 들어가 마침 무전기를 잡고 있던 정훈민(20) 일병을 감전시켰다.

대대 작전장교로 천막 안에서 철수를 지휘하고 있던 김 소령은 무의식 중에 정 일병의 허리를 잡아챘다. 무전기에서 떨어진 정 일병은 오른손에 화상 정도만 입었지만 김 소령은 고압전류가 심장을 지나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고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겼으나 후송 도중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전남 동신대를 졸업하고 1992년 학군 30기로 임관한 뒤 지난 2월 12사단으로 전입해 작전장교로 복무하다가 이달 1일에는 소령으로 진급한 김 소령을 부대원들은 엄하면서도 자상한 지휘관으로 기억하고 있다. 같은 부대 정보장교 신재성(24) 중위는 "훈련장에서도 병사들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밤잠을 못 이루던 고인의 모습이 선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고인의 소속 부대는 김 소령의 살신성인과 의로운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진급 추서를 건의키로 했다. 빈소는 사단 신병교육대 강당에 차려졌고 영결식은 21일 사단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유족은 부인 박정숙(34)씨와 7세와 5세 아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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