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하우스 같은 다국적 거대 출판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세계 출판계가 우려할 문제입니다. 랜덤하우스는 일본 시장에 이어 한국에도 자본 참여를 했고, 중국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출판계가 대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데 반기를 들고 1990년 비영리출판단체 뉴프레스를 설립한 미국 출판인 앙드레 쉬프랭(69)이 방한했다. 쉬프랭은 30년 넘게 미국 판테온출판사에서 편집을 맡아 유럽의 지성을 미국에 앞장서 소개했다. 그러나 이 출판사가 대자본에 인수된 뒤 수익 위주의 출판을 강요받자 회사를 그만두었다.
최근 한국어판이 나온 ‘열정의 편집’의 저자인 그는 18, 19일 서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한국출판포럼 2004’ 행사에 참가해 “거대 출판기업의 출판사 인수ㆍ합병이 출판문화에 결코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형 출판사들을 인수한 대자본은 막대한 수익을 기대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학문과 지식의 수준을 높이고 넓힌다는 출판 본래의 목적보다는 대중의 얄팍한 기호에 영합하는 책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90년대 이후 독립출판사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캐나다도뒤늦게 출판사 인수에 일정한 규제를 두었지만 이미 웬만한 출판사는 미국이나 유럽 대형출판기업에 인수된 뒤였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출판사의 생존 방안에 대해 그는 “소형 출판사들끼리 연대를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김범수기자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