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보내는 우리 정부의 최근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노무현 대통령의 12일 로스앤젤레스 연설을 전후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스티븐 해들리 미 NSC 부보좌관과의 단독회동, 주적 개념 삭제 움직임, 이봉조 통일부차관의 19일 금강산 6주년 기념식 참석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적극적인 대북지원 의지를 밝혔던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직전이 연상될 정도다.
최근 정부의 행보는 북한 내 온건파에게 강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만큼 전향적이다. 노 대통령은 대북 강경책으로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해 북한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썼고 정동영 통일, 윤광웅 국방장관은 ‘북한=주적’이라는 개념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에 잔뜩 움추러든 북한에게는 단비다.
이외에도 금강산 학생 관광비 지원발표, 노대통령의 북한 핵 대가 필요성 발언 등 경제적인 지원 사격도 뒤따랐다.
여기에 이종석 사무차장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해들리 부보좌관과 단독회동을 가진 점도 음미해 볼 대목이다. 남북 특사교환이나 정상회담 등 뭔가 전향적인 전략이 논의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분위기도 그렇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4일 “내년에 남북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려야만 하고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하면서 “한반도 주변국에 선거가 없는 내년은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동영 통일부장관, 이종석 차장 등 핵심 당국자들은 남북 물밑접촉에 대해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들은 “정부가 남북의 교감 하에서 미국에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정부는 다만 “부시 2기 정부의 출범이라는 결정적 시기를 맞아 보다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타개를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할 뿐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분위기다. “남북간에 필요할 경우 직접적인 대화채널이 가동된다고 보면 된다”는 한 당국자의 말은 ‘남북간 접촉은 없다’는 공식 발표의 이면을 읽으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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