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7일 마거릿 스펠링 백악관 국내정책 보좌관을제2기 내각의 교육장관에 지명했다. 내각의 새 판짜기가 시작된 이후 3번째 이어지는 심복의 전진 배치이다.10일 부시 대통령이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 사임 발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베르토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 보좌관을 후임에 임명할 때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측근 정치’의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가‘세계에 대한 미국의 얼굴’이라고 일컬은 국무장관 자리에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을 지명한 데 이어 집권 2기에 가장 역점을 쏟을 국내 분야인 교육의 책임자로 스펠링을 지명하면서 제 사람을챙기려는 의중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3명의 각료 내정자는 모두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이른바 ‘텍사스 사단’들이다. 곤살레스 내정자는 1995년 주지사 법률고문을 시작으로 부시 대통령과는 10년을 함께 해온 충복이고 스펠링도 1994년 칼 로브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의 소개로 주지사에 출마한 부시를 알게 된 뒤 줄곧 교육정책을 자문했다.
라이스 보좌관도 텍사스 사단의 본류는 아니지만 부시 주지사의 ‘외교 가정교사’로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 때문에 부시 2기 내각은 ‘텍사스 주지사실’을 옮겨 놓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각 뿐이 아니다. 백악관에서도 충성심 높은 측근들의 연쇄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철저히 라이스 보좌관 자리를 이어받을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은 2000년 부시 대선 선거운동 때 외교정책을 자문하는 이른바 ‘발칸포(Vulcan)’팀의 일원으로 부시의 신뢰를 받아왔다.
곤살레스 보좌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해리엣 마이어즈 백악관 부실장도 텍사스 복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부시의 텍사스 지기(知己)이다.
부시 대통령의 측근 기용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집권 1기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노련한 인물들을 기용함으로써 ‘반쪽대통령’의 한계를 메워야 했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의 51%로 지지를 받은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자기식의 통치 색깔을 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그의 심복 정치는 벌써부터 논란을 낳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부시 대통령의 2기 정부 인선에 대해 “새로운 피의 수혈은 없고 충성파로 채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성파들의 전진 배치는 정부 내의 토론 기능을 상실케 함으로써 국내외 정책이 부시 대통령의 독선에 의해 좌우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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