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은 이야기꾼 아닙니까? 사람 불러 모아, 2시간 동안 앉혀 놓았으면 즐겁게 해줘야죠.”장규성(35) 감독은 17일 개봉한 영화 ‘여선생VS여제자’를 통해 ‘장규성표’ 영화를 확립한 듯하다. 코믹하면서도 메시지를 던져 주는 영화. ‘선생 김봉두’를 통해서는 폐교문제를 이야기 하더니, ‘여선생…’에서는시골학교의 교사부족 문제와 무관심한 교실 분위기 등을 지적했다.
시골학교 여선생님(염정아)은 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 대도시 학교로 옮기기 위해 밤마다 몰래 임용고시 공부를 한다. 젊은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자 늙은 교장(변희봉 분)은 음악수업을 대신 맡아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학생들은 누구도 따라 하지 않는다. 폭소가 터지는 장면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웃기려면 계속 웃기지, 왜 웃기다 울리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선수를친다. “아무리 상업영화라 해도 주제의식은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코믹으로 흐르는 영화는 관객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요. 저의 데뷔작 ‘재밌는 영화’가 그랬어요. 그 때는 ‘왜 영화가 주제가 없냐’고그러더라구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거푸 두 작품이나 만들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다. “교실이 그렇잖아요. 공부 잘 하거나, 집이 부자거나 혹은 아주말썽쟁이 아니면 선생님들이 관심도 안 가져 줘요.” 그는 강원 홍천에서초등학교를 나왔다.
그 시절은 매우 행복했다. 그러나 서울로 이사 오면서 교실은 늘 차가운 곳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학기가 끝나도록 장 감독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제딸이 생후 6개월입니다. 실험 한번 해 보려구요. 학교 가기 전에 한글도 영어도 안 가르치고, 학원도 안 보내고 철저하게 공교육에만 의존하는 겁니다. 물론 그랬다가는 딸 아이가 왕따 당할까 봐 걱정이지만.”
다음 작품에 대해 벌써부터 이야기가 분분하다. 차승원-염정아를 부부교사로 등장한다는, 꽤나 설득력 있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미차기작을 준비중이다. 제목은 ‘이장과 군수’. 동창 지간인 젊은 군수와이장이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그 상황은 현 정치의 축소판인 셈이다. “상업영화감독으로서 의무감 같은 거, 요즘 부쩍 느낍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서는 안되죠.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제 돈 들여 단편영화로 만들 생각입니다. 수십 억원의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영화를 만들면서 흥행을 신경쓰지 않는 건 범죄행위 같아요.”
/최지향기자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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